어린이들에게 자연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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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 집 조카들은 벌써부터 여름방학이 되면 산으로 간다는 둥 바다로 간다는 둥 가슴이 부풀어 있다.
그런 조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난 날 자연 속에서만 묻혀 살던 나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다.
올해 1학년에 입학한 말썽꾸러기 규성이…「서울의 찬가」를 그럴듯이 불러대는 다섯 살 난 인엽이….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면 열심히 듣고 기억도 잘한다. 그런데 질문이 너무 많다. 쌀 나무는 어떻게 생겼으며 보리나무로는 피리도 만들 수 있다니 우리 정원에 심을 수 있느냐는 등등이다.
「타임·아웃」을 알고 「오버·센스」를 말할 줄 아는 아이들이 우리 몸을 키워 가는 쌀과 보리가 어떤 나무에서 열매를 맺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으니 어른들로서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밖에 할말이 없다.
여름방학에는 자연의 신비로움이 있는 곳, 땀의 대가를 배우게 하는 곳으로 어디로든 아이들을 데리고 가자. 피서지에 갈 형편이 못 된다면 기차여행이라도 시켜 시골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
시원한 원두막에서 먹어보는 과일 맛의 그 싱그러움, 맑은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그 즐거움, 무수한 전설 속에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의 속삭임…. 그 아름다운 시골생활의 즐거움을 책 속에서만 배우는 아이들에게 꼭 한번 체험시켜주고 싶다. 정흥주<서울 관악구 대방1동 442의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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