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국립 중앙도서관의 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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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립중앙도서관이 남산어린이회관으로 이전된다고 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으나 이 소식을 듣고 어쩐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 가장 소외된 분야가 바로 도서관인데 물론 그동안 국가의 경제적 사정 때문에 어찌할 수 없었다고 하나 근년에는 학술문화진흥 정책을 수립하는 움직임이 보이기에 한 가닥의 희망을 가져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마저도 더욱 어두워지는 느낌이다. 현 국립중앙도서관은 당초에 일본의 식민지정책의 일환으로 세워진 것으로 건물과 시설이 일제말기의 그대로 근 30년 동안 낡기만 하였고, 연평균 장서 증가 수마저도 일제시하의 증가량도 못된다. 이러한 현실은 자주 독립 국가로서의 큰 치욕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서고의 협소와 장서의 밀집으로 인한 문헌의 질서유지불능과 장서의 부식,「스페이스」의 협소로 인한 봉사의 저하, 재정부족으로 인한 운영난 등에 봉착해 있기 때문에 이전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왜 하필이면 남산 어린이회관으로 옮기게 되었을까? 국립중앙도서관은 그 나라의 생동하는 문화의 총본산으로서 그 현실적인 기능은 각 행정 부처의 실무에 관한 문헌참고 봉사와 국민대중에 대한 교육적·학술적인 봉사업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그 위치는 수도의 중심지로서 우선 교통이 편리해야한다. 그러나 남산은 고지대로서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에 분주한 공무원이나 시민들의 이용이 불편한 곳이다. 더구나 남산시립도서관과 같은 자리에 있게 된다. 도서관은 가급적 지역별로 분산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고지대의 교통이 불편한 자리에 도서관을 집결시키는 것도 사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리고 남산어린이회관은 건물의 구조자체가 도서관 건물로서는 전연 적합하지 못하며 구조변경을 한다 해도 중앙도서관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곤란하다. 더구나 76년도에는「국제도서관협회연맹총회」가 서울에서 열리기로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에 세계각국의 도서관 전문인들이 집결하게 되면 의례적으로 한국의 도서관 실정을 살펴 볼 터인데 이와 같이 국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해서 제대로의 도서관다운 곳이 하나도 없으니 국가의 체면을 어찌할 것인지 참으로 크게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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