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중류에 심한 낙강현상|10여년 동안 농토 45만평 유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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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선산=경배 특별취재반 김재혁·이용우 기자】 강물이 옥토를 갉아가고 있으나 당국의 무관심으로 피해면적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낙동강의 거센 물결이 굽이도는 경북 선산군 일대 7개 부락은 지난 10여년 동안 해마다 10㏊이상씩 모두 45만여 평의 논밭을 강물에 앗겼고 올 장마철을 앞두고 또 유실을 걱정하고 있다.
특히 해평면 금호·월곡·산양동 주민들은 모두 36만여 평을 잃어버리고 해마다 『제방을 쌓아달라』고 건설부 등에 진정했으나 그때마다 『예산조치가 되는대로 착공하겠다』는 서면회보만 받았을 뿐이다. 이를 믿고 기다리는 동안 너비 7백여m의 낙동강 폭이 최고 1천6백여m로 되어 유실면적이 늘어나 부촌으로 소문났던 마을이 가난한 마을도 바뀌고 끝내 농가 30여 호는 이농하고 말았다.
선산군 관내의 낙동강 양안은 거의 제방이 쌓아지지 않아 높이 5m쫌의 밭둑이 자연제방을 이루고 있다.
특히 해평면은 태풍「사라」호의 내습으로 속칭 베갯머리 방책을 유실했으나 그때 이후 제방조차 따로 쌓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해마다 홍수 철에 강물이 범람하거나 상류지방의 호우로 강물이 불어나면 강변의 농토에 낙강현상이 되풀이 돼 왔다.
낙강현상은 강물이 S형으로 굽이 칠 때 맞은 편 강 안을 쓸어 가는 침식현상.
군 내에서는 해평면의 3개 동과 선산면 독동동, 도개면의 가산·궁기·신림동등 7개 부락의 강 안 연장 40㎞ 가운데 10여㎞가 심한 낙강지역. 평당 1천원짜리의 농토 4억5천여만원 어치가 모래사장으로 변했다.
해평면은 전 경작지 2천61㏊의 6%에 이르는 1백20㏊를 잃었다. 금천의 감천이 합류하는 대안 금호1동의 경우 원동쪽 암산 밑을 굽이치는 강물이 밀려들어 72년 여름 홍수 철에 한꺼번에 20㏊를 유실당하는 등 모두 50㏊가 강물에 씻겨갔다.
이 마을 부농 박만조씨(65)는 밭 1만여 평을 떠내려보내고 남은 논 6백여 평으로 양식을 얻지도 못하고 있으며 밭 4천여 평을 잃은 이성각씨(62)와 김태수씨(40)등 10여 농가는 아예 고향을 떠나고 말았다.
낙동강은 부산하구에서 안동 법흥교에 이르는 주류가 직할하천으로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법정하천이나 비법정하천과는 달리 중앙정부의 직접조치가 필요하다. 낙강현상으로 농토유실이 계속되자 주민들은 면·군을 통해 경북도와 건설부 등에 제방시설을 진정했으나 여러 차례 현장조사반이 다녀갔을 뿐 감감 무소식. 특히 72년 홍수로 큰 피해를 본 뒤 주민의 항의가 빗발치자 도와 군은 임시방편으로 24개소에 수제공(수제공)을 설치할 계획을 세웠으나 4천6백여만원의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아 그나마 흐지부지 돼버렸다.
해평면 면장 심재영씨와 마을 지도자 김수기씨 등 주민이 스스로 나서 주민자력 사업으로 수제공을 설치하기로 결의, 군으로부터 80만원을 지원 받아 73년 4월부터 4개월 동안 연인원 1만1천여 명이 동원, 길이 40m, 높이 5m, 너비 15m의 수제공 2개소를 금호1동 강 안에 쌓았다. 이밖에 월곡과 궁기부락 앞에 각각 길이 20m의 수제공 1개소씩을 쌓았다. 주민들은 올해에도 2개소를 쌓고 있으나 나머지 18개소는 손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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