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을 좀도둑으로 몰아 붙인 미 잭슨 의원|닉슨-키신저 팀의 방소에 때맞춰 북경 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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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닉슨」-「키신저」팀이 언론의 「팡파르」속에 「크렘린」궁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는 동안 정반대의 지정학적 방위를, 차지하고 있는 북경 천안문에는 「헨리·잭슨」 미 상원의원 <사진>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호화로움의 도에 있어서 이 두 방문은 비교가 안 되는 것이긴 하지만, 이 두 사건을 대조해 볼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다.
상원 군사 위원회에서 상당한 발언권을 가진 민주당 중진으로서 76년 대통령 선거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잭슨」의원은 「닉슨」과 「키신저」를 「모스크바」로 떠나 보내면서 그들이 여행기간 중 두고두고 쓰라리게 생각할 발언을 던지고선 자신은 반대 방향으로 훌쩍 떠나버린 것.
그는 72년 「모스크바」 정상 회담 직후 「닉슨」「키신저」팀은 소련에 잠수함용 핵무기의 수량을 공개된 합의 내용 (9백50기) 보다 70기가 많은 1천20기로 비밀히 불려줌으로써 미국 측 핵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키신저」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하필이면 「닉슨」이 소련 방문 길에 오르기 직전에 그와 같은「낭설」을 퍼뜨리는 것은 악의에 찬 짓이라고 비난했다. 「잭슨」의원의 이런 주장이 어느 정도 근거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오랜 정치적 입장인 반공·반소 태도를 다시 한번 확인한 발언인 것은 분명했다. 지금까지 미·소 화해가 소련 내 유대인의 자유로운 국외 이민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련 측이 가장 노리는 미국 측의 최혜국 대우를 막아온 반소파의 주역인 그는 냉전 심리가 「워싱턴」 정가에서 말끔히 씻겨져간 지금에도 소련을 서슴지 않고 「좀도둑」으로 몰아붙인다.
그렇기 때문에 소련의 「프라우다」지가 미·소 화해를 교란시키려는 『미국 안의 극우파세력』을 비난할 때 그 표적이 바로 「잭슨」의원이란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73년6월 「닉슨」-「브레즈네프」 2차 정상 회담을 가리켜 『시간도 잘못되고 장소도 잘못된 모임』이라고 주장한 대소 강경론자인 「잭슨」이 「닉슨」의 「모스크바」 방문중에 북경을 찾았다는 것은 중공 지도자들로서는 경사중의 경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과연 북경 지도자들은 「잭슨」을 따뜻하게 환영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천안문을 두드리는 부드러운 「노크」 소리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을 「닉슨」「키신저」의 머리 뒷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을게 틀림없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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