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된 해상도발에 들끓는 분노|가족들 생사 몰라 몸부림|텅빈 안정장 집에 봉급과 아들 새 옷이 우편으로 도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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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짙은 안개가 낀 날을 틈타 북괴는 또 한번 동해에서 해사도발 행위를 저질렸다. 우리 해양경비정이 북괴 무장경비정 3척에 의해 격침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승무원 가족들은 생사의 소식을 알려고 안타까와했다. 안정장의 가족은『아이의 옷까지 부쳐주고 건강하게 돌아 온다더니』하며 목메었고 시민들은 새삼 분노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이번에는 마땅히 대응책을 마련, 북괴의 만행을 응징해야한다』고 부두마다 노도가 넘쳤다.
안정장 집
서울영등포구신정동 2단지 134호 안정장 집에는 28일 상오 11시쯤 비보를 듣고 달려 온 안씨의 장모 주희씨가 두살짜리 외손녀 영민양을 안고 빈 방을 지키며 사위 소식에 애태우고 있었다.
안씨의 부인 강정숙씨(28)는 이날 아침 늦게까지도 남편의 사고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친정어머니 조씨의 연락을 받고 낮12시쯤 부랴부랴 장남 영준군 (4)을 데리고 속초로 가고 없었다.
안징장집에는 이날 낮 안정장이 보낸 봉급과 영준군의 새 옷이 우편으로 도착. 가족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게 했다.
안씨부부는 그동안 인천서 살다가 작년 8월 이곳 이병호씨집 2평짜리 문간방을 20만원에 전세들어 살고있었으나 해양근무를 하는 안정장은 평소 1년에 2∼3차례 밖에 집에 들르지 못했다고 장무위씨가 말했다.
조씨는 사위가 지난 15일 1주일 동안의 휴가를 얻어 집에 왔다가 21일 속초로 내려가면서 『아이들을 알뜰히 잘 키우며 열심히 살아 보자』고 딸 강여인과 굳게 다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우남 동래가 고향인 안정장은 속초구교 졸업, 62년 순경으로 해경에 입대했다가 1년 전 경감으로 승진했으며 작년 7월 863호 정장이 됐다.
안정장은 지난 70년 강씨와 결혼, 1남1녀를 두었다.
【부산】부산 해양경찰대는 해경본부 경무과 옆에 가족 면회실을 마련하고 863경비정 승무원 가족을 안내하고 있다.
27일 하오 4시쯤 부산 출신 승무원 가족 7,8명이 나타나 생사소식을 몰라 몸부림쳤다.
기관장 이강주씨의 부인 박점년씨 (38)는 소식을 기다리다 지쳐 소리내어 울었고 기관원 김시오경장의 형 김인오씨와 봉신사 진종영씨의 아버지 진기태씨 등은 북괴 만행에 몸서리쳤다.
회사원 강달종씨 (중구광복동18)는『매번 이렇게 당하고만 있으면 되겠는가. 국민들도 참는데 한도가 있다. 정부는 이번 북괴의 도발에 마땅한 대응책을 구사해 국민의 울분을 풀어줘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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