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령 앞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조국의 번영을 위하여 산화한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는 현충일이 돌아왔다. 젊은 나이로 조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산화한 애국지사들 앞에 경건히 머리 숙여 오늘을 반성해야 할 성스러운 날이다.
일제하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워 죽어간 애국선열들과 6·25 공산침략에서 동포의 자유를 위해 일신을 초개같이 버린 병사들·경관들·의용학도들, 월남전에서 우방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정글」속에서 고향을 그리며 희생한 병사들, 그들의 혼령을 위로하고 그들에 보답할 것을 새삼 다짐하여야 할 날이다.
19번째로 맞는 현충일에 즈음하여 우리는 과연 그들의 혼령 앞에 떳떳할 수 있는가 다시 한번 반성해 봐야 하겠다. 그들이 꽃다운 청춘을 버렸기 때문에 오늘의 우리의 삶이 있음을 한시라도 잊은 적은 없는가.
그들이 외적의 총탄 앞에서, 공산 도배의 흉탄 앞에 사라지면서 그들은 무엇을 염원했던가. 조국의 독립과 자유, 조국의 평화와 안전을 염원했을 것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 아닌가. 혹은 만주벌판의 냉한 속에서 혹은 북한의 황야에서 혹은 월남의 밀림 속에서 그들이 자기를 희생하면서 기도했을 자유·평화·안전·독립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는가를 반성하고 그들의 염원에 부응하도록 살아남은 우리들은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어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이, 호국 혼의 가호가 우리의 오늘을 있게 해주고 있는데도 우리들은 그들의 염원이나 희생을 행여나 경시하고 그들의 소원을 배반하는 일이 있다면 죄스럽기 한이 없다.
호국영령들의 유가족에 대한 원호가 잘 되어 그들이 저승에서도 안심하고 있을 것인가. 또 그들 전우 중 상이용사에 대한 처우가 만족스러워 동료들이 천국에서 재회했을 때 감격할 정도로 잘 되어 있는가. 오늘의 사회상황 중 그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할 일은 없을 것인가 하는 회의를 안겨주게 할 것이 아닌가 두렵다.
유족들과 상이용사들에 대해서 사회는 너무나 무관심한 것 같다. 전우 중 살아남은 자의 가정은 행복을 누리고 있는데 유족들은 사회의 그늘에서 죽은 어버이와 죽은 남편을 그리며 오늘을 호곡할 것이 아닌가 두렵다. 상이 용사들도 정부와 국민들의 원호가 신통치 않아 실망하고 있지나 않을까 두렵다.
자유와 독립,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산화한 영령들의 뜻이 과연 얼마나 성취되고 있는가. 그들 영령의 희생 위에 살아남은 우리들은 조그마한 부끄러움도 없도록 최선을 다하여 그 혼들을 달래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