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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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왠지 싸전에 쌀이 없다. 없는 건 아니다. 한 가마에 1만4천원씩 받으면 잡혀간다는 선 이상만 내면 단골들은 얼마든지 쌀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뒷거래. 점 두에는 싼(?) 혼합 곡만이 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새 쌀의 국제시세는 t당 7백달러, 한 가마에 2만5천원 꼴이 된다. 그러니 쌀값을 가마당 2만원에 올려 받는다고 조금도 비싼 것은 아니다. 그런 쌀을 I만4천원 이하로 팔라니 적이 딱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국제시장의 쌀값이 오른 것은 이미 지난겨울부터의 일이다. 세계의 쌀이 귀해진 것은 그 보다 더 오래 전부터 듣던 일이다. 그런 줄 빤히 알면서도 왜 미리 봉 책을 세우지 못했을 까고 서민들은 안타까워한다.
쌀이야 수자 상으로는 적어도 올 10월까지는 넉넉히 있다. 작년에도 2천9백만 섬이 넘는 풍작이라고 발표되었다. 작년에 들여온 외미도 아직 남아있다. 게다가 지난 61년에는 60만t만 도입하던 외곡을 올해에는 3백2만t이나 들여올 계획을 당국이 밝힌 바 있다. 모자랄 턱이 없는 것이다. 하기야 온 지구가 만성기아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요즘 수학에서 유행되고 있는 연구분야에「카타스트로피」이론이라는 게 있다.「파국」이라는 현상을 수학적으로 파악하여 그 시기를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데 응용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환경학자나 사회학자나 모두 이 이로의 완성에는 비관적이다. 아무리 바동거린다 해도 인류의 종말은 그리 오랜 얘기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FAO의 계산에 의하면 사람이 정상적인 영양을 섭취하고 제대로 일할 수 있으려면 하루 적어도 2천4백 칼로리가 필요하며 그 중의 약 14%는 단백질이어야 한다.
세계 인구가 앞으로 전혀 증가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해도 온 세계가 이러한 수소문에 도달하려면 1985년까지에 적어도 매년 1·5배씩의 식량증산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구상의 식량증산은 앞으로 30% 이상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비관할 수밖에 없는 얘기다. 한해를 아껴 먹는다고 될 일도 아니다. 우리 나라에서 아무리 쌀을 증산한다 해도 해마다 느는 인구를 따라가기도 어려운 모양이다.
그러나 내일보다도 우선 당 장이 우리에게는 큰 걱정거리다. 올해에 들여오기로 한 3백2만t의 외곡은 6억8천만달러나 된다.
내년에는 그보다 더 많은 쌀을 들여와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값도 더욱 뛰어오를게 분명한 일이다. 이래서 우리 나라의 국제수지 균형은 더욱 심하게 깨질게 빤하다. 쌀을 아껴먹으라는 말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다고 풀릴 문제는 아니다. 올해만 용케 넘긴다고 될 일도 아니다.
또 줄여 먹는 데에도 한도가 있다. 밥을 줄인 만큼은 다른 영양식품으로 보충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일 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딱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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