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지금이 시련기-미 하버드대 코언 교수 강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 하버드대학 동아시아 연구소장인 제럼·A·코언 교수는 14일 하오 코리아나·호텔에서 신민당소속 의원들과 『선·후진국의 민주주의와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가졌다.
이 세미나는 코언 교수와 친분이 있는 김영삼 의원의 주선으로 마련됐으며 신민당 의원 19명과 제헌의원 3명이 참석했다.
코언 교수는 현재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여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시련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에 대한 미국내 관심도가 몇년 사이에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코언 교수의 강연요지다.
민주주의 자체는 능률적인 제도가 아니며 오히려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나라는 아주 유익한 결과를 얻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들도 자기나라를 민주주의국가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엄연히 자유민주주의의 뜻과는 다른 것이다. 즉 그곳에서는 정당간의 경쟁도 허용 안될 뿐 아니라 야당이 있다고 해야 제한된 기능만을 행사하고 있으며 매스·미디어는 집권계급에 의해 통제되고 있고 자유로운 발언도, 외부세계로부터의 정보교환도 금지되고 있다.
미국·영국·이탈리아 그리고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도 민주주의는 시련을 겪고 있지만 많은 후진국에선 민주주의란 간판아래 독재가 행해지고 있으며 헌법 가진 제헌국가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슬로건을 내걸면서도 정치적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고 있으며 비밀경찰제도를 두고있다.
사실상 비 공산개발도상국가들은 상당한 경제발전상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 경제발전의 혜택이 일반대중에게 골고루 나누어지는지 의문이며 어떤 면에선 빈부의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또 방치되고있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국가이익만을 중요시하는 고립주의와 도덕적 이상주의의 두가지 요소가 혼합되어 전개되지만 월남전 이후로는 더욱 고립주의 주장이 강력해졌다.
미국은 한국과 30년이 넘는 유대관계를 갖고있으나 한국에 대한 이해나 관심은 아직도 매우 적다.
미국인들이 한국을 보는 견해는 군사전략면, 경제적인 측면, 그리고 도덕적인 면의 세가지가 있다.
군사전략면의 견해는 한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며 한국은 일본방위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선 누가 한국을 콘트롤하는가에 큰 관심을 갖고있다. 여기엔 또 다른 한국전쟁의 발발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쟁예방의 관심까지도 포함된다.
경제적 관심만으로는 미국이 한국을 위해 또다시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은 없다.
도덕적인 면에서의 견해는 첫째 반공국가라는 점에서, 둘째 내정간섭의 인상은 원치 않는다는 데서, 그리고 세째는 미군을 그대로 한국에 주둔시길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의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미국 내 일부 여론은 한국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 한국이 원할 때까지 미군을 주둔시키자는 것이며 그와 반대여론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미국 국민의 견해가운데 어느 것이 채택될 것인가는 미국내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며 행정부보다는 의회쪽에 더 영향력이 기울고있다. 어떻든 미국 국민들의 한국방위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거나 사라져가고 있다.
미국 대학에서 한국문제에 대한 토론이 있을 경우 한국학생들은 참석을 않거나 참석해도 입을 다물고있는 것도 문젯점이다.
또 북한은 기술을 부려 미국에 대해 「미소작전」으로 나갈 수 있으며 이런 상황은 한·미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다.
아직은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