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무당』번역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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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 미국을 휩쓴 『무당』선풍이 드디어 한국에도 착륙, 최근들어 6종의 번역판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윌리엄·피터·블래티 원작의『무당』은 귀신에 흘린 어느 소년을 한 신부가 푸닥거리를 하여 구해낸 실화에 근거를 두고 악마에 흘린 민간의 정신상황을종교적이고 정신과학적 측면에서 서술하고 있다.
이 작품은 발간3년만에 9백만부를 돌파한 톱·베스트셀러였으며 영화화되어서는 개봉 3개월만에 4백만의 관객을 동원, 심장마비를 일으키게 하거나 임산부를 조산케 할 정도로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이 소설과 영화에 대해서는 일반의 비난도 많아 인간이 악마에 대한 두려움을 악이용해서 그들의 감성적 반응을 유도하고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결론도 맺지 못한 지나친 외설이라는 통렬한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영화화된 다음 다시 3백만부가 더 팔렸고 영화관람권은 1백 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였으며 이번 제46회 아카데미 영화상에는 작품상을 비롯 10개 부문의 후보에까지 올랐었다. (실제수상은 음향상 뿐)
현재까지 나온 번역판은 범우사(하길종 역) 예문관(한영탁 역) 상문출판사(이종구 역) 청산문화사(김현문 역) 교육과학사(박성철 역) 세종각 등 6종. 여기에 앞으로 대운당 등 두세 곳에서 더 나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같은 작품이 10일 동안 6종이나 쏟아져 나온 것은 노벨문학상 발표 때도 없던 우리 나라 출판계에 처음 있는 일이라 할수 있다. 2년 전 역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러브·스토리』가 국내에서 12종이나 나왔지만 그때는 덤핑출판사의 것이 대부분이었으므로 이번과는 경우가 다르다.
해외에서 문제작이 나올 때마다 국내 번역판의 경합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번같이 6종씩 나오기는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출판불황과 아이디어 빈곤이라고 보여진다.
한 출판관계자는 이 책이 이미 세계에서 인정을 받았고 현대인의 욕구를 충촉시켜주는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인에게도 인기를 끌 것이며 또 며칠동안이지만 독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하고 그러나 여러 사의 경합으로 한정된 독자를 나누어 가지면 1종이 평균 초판 2천부 선을 넘길지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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