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즘」의 쇠퇴|「퐁피두」없는 「프랑스」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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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증대되고 있는 경제·사회적 불안 속에서 찾아든 「퐁피두」의 죽음은 수년 내 계속돼 온 「프랑스」불안한 정국을 더욱 어둡게 해주고 있다.
「퐁피두」의 죽음은 어쩌면 15년내 「프랑스」를 풍미해 온 「골리즘」의 쇠퇴를 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 집권당 안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중에 「퐁피두」만큼 충실한 「드골」주의자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현재의 집권 세력인 「민주 공화 연합」과 사회·공산당의 연합 세력인 좌파 연합 중 어느 쪽이 집권하든 「프랑스」의 대내·대외정책이 『최소한』의 전신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퐁피두」의 죽음이 돌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그의 중병 설이 나돌아 그의 대통령 사임을 전제로 한 「포스트·퐁피두」에 대비한 여·야당의 준비는 어느 정도 진행돼 오고 있었다.
현재 대통령 후보로 경쟁에 나설 것으로 추측되는 유력한 인물로는 여당 내에서 「샤방-델마스」전 수상과 「지스카르-데스텡」현 재상 및 중도파를 이끌고 있는 「알렝·포에르」 상원 의장, 좌파 연합의 「미테랑」등으로 예상되고 있다.
「메스메르」현 수상은 충실한 「드골」주의자이기는 하지만 무색 무취한 인물로 알려져 대통령 후보 경쟁에서 탈락할 것으로 보인다. 현 집권당인 민주 공화 연합, 중도파 및 야당인 좌파 연합의 삼파전으로 압축될 이번 대통령 선거는 이미 치른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보다 훨씬 복잡하고 치열하게 전개될 것은 틀림없다.
69년의 선거 때 여당은 「드골」이 남긴 강력한 조직과 「드골」의 짙은 「이미지」를 풍기는 「퐁피두」후보를 내세우고도 2차 투표라는 혼전 끝에 가까스로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동안 민주 공화 연합은 조직도 약화되었을 뿐더러 「드골」의 후광도 이미 퇴색하여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연합전선 형성에 성공한 사회·공산당의 좌파 연합은 73년 의회 선거에서 47%득표한 여당에 0.5%뒤지는 46.5%를 득표함으로써 급속한 신장 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좌파 연합의 후보로 지목되는 「미테랑」은 「드골」과의 대결에서 패배하기는 했으나 45%라는 지지를 획득한 바 있는 강력한 인물이다.
중도파의 「알렝·포에르」상원 의장이 이번에 또 대통령 경쟁에 나설 경우 지난 69년의 선거에서 「퐁피두」와 맞서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하지 못해 2차 결선 투표까지 밀고 갔던 전력을 살려 노련한 선거 운동을 벌일 수 있다. 아울러 대통령 유고시의 대통령 직무 대행이라는 유리한 입장도 지니고 있다.
이에 반해 여당은 집권당 내 각파의 의견도 조정하지 못했을 뿐더러 강력한 「이미지」를 지닌 인물이 없다. 게다가 최근의 경제 불황·사회 불안 등은 커다란 「마이너스」요인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퐁피두」사망 전에 갖가지 불황이 절정에 이를 7월 이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면 집권당이 크게 유리하다는 사태 분석이 있었던 터라 비록 「퐁피두」사망이라는 비운이 겹치기는 했으나 민주 공화 연합의 앞날을 위해서는 전화위복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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