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10불에 수출하고 4백불에 수입할 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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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농민들은 비료가 모자란다고 야단인데 농수산부는「절대로」모자라지 않을 것이라고 계속 장담하고 있다.
이는 이해와 설득으로 좁혀질 수 있는 단순한 견해차라는 차원을 벗어나 중요한 정책효과까지 함축하고 있어 그 후유증은 결코 경시될 수 없다. 농수산부가 장담하는 근거는 매우 소박하다.
즉 과거 10년간 비료소비증가율이 연7.9%였으니 15%증가로 책정한 올해 수요량은 물량 면에서 충분하다는 것. 다만 73년에는 24%나 소비가 늘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이례적인 현상」일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올해 비료수급계획을 바꾸어 비료 도입량을 늘렸다.
올해 농용 비료 수요를 97만t으로 잡고 국내생산이 모자라는 인산·가리질 22만4천t만 들여오겠다던 당초 계획이 질소질 2만2천t을 포함, 4만7천t을 더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당초 수요추정에 차질이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문제는 수요추정의 차질 자체보다도 필요한 추가도입분을 여하히 확보하는가에 달려 있다.
비료가 남아돈다고 작년에만도 3만t을, 그것도 t당 1백10「달러」라는 싼값에 수출했던 정부가 해를 넘기자 다시 2만2천t을 수입하겠다는 것이나 세계적인 비료품귀 상태인 지금에 와서 과연 필요량을 적기에 도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우기 지금의 비료국제시세는 작년의 3배가 넘는 t당 3백60「달러」∼4백「달러」까지 치솟았고 그나마 주수출국인 미국까지도 비료수출 전면금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나마 물량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같은 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며 비료 자급을 위한 새로운 생산시설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비록 정부 주장대로 물량 면에서 충분한 비료가 확보되었다 해도 면밀한 사전준비도 없이 시작한 배급제의 문젯점은 하루 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금비갈증을 겪어 온 농민들로서는 비록 약간의 가수요를 가진다 해도 정부는 이를 포괄할 만큼 여유를 가졌어야 마땅하다. 국민들로 하여금 행정능력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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