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사료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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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사료난으로 이른바 축산진흥책은 공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조속히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축산물공급은 급속히 줄어 단백질 파동이 일어날 우려도 없지 않다.
지금의 사료난은 물량공급상의 애로도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로 가격체계의 모순 때문에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의 소산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료용 곡물은 그 전량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어, 그 동안 수입가격상승에 따른 사료가격은 80%나 인상됐었다. 그렇다면 사료가격을 현실화시켜 준 이상, 당연히 그 산물인 고기 값·계란 값 등도 수지타산이 맞는 선까지 인상 조정해 주어야 했을 것인데, 이를 묶어 놓고만 있으니 축산업자들은 결국 보다 싼 사료를 찾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상대가격이 낮은 사료는 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같은 사료라고는 하지만 종별에 따라 상대가격체계가 균형되어 있다면 사료공급의 절대량이 모자라지 않는 한, 사료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고기 값을 묶어 두어 수지채산이 맞지 않는다면 당연히 양축 수가 줄어들어 수급이 맞아 들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심각한 사료난은 주로 ①고기 값과 사료가격의 불균형 ②종류별 사료간의 상대가격체계불균형 등 두 가지 근본원인 때문에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며 이를 조정한다면 곧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파동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남아 돌아가는 배합사료가격에 기준을 두고 고기 값을 재조정해 주는 것이 문제해결의 단서가 될 것이다. 고기 값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해 주지 않는 한 비싼 배합사료를 이용하려 고는 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사료난은 끝내 풀릴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 ㎏당 사료가격은 배합사료 70원, 보리쌀 65원, 옥수수 80원, 그리고 밀기울 20원이라 하는데 이처럼 불균형한 가격체계가 존속하는 한 밀기울·보리쌀 파동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다고 보리쌀 밀기울 값을 올린다면, 곡가체계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므로 이 역시 지금의 곡가체계를 전제로 하는 한 사료파동은 풀릴 길이 없다.
그러므로 곡가체계를 바꾸어 밀가루소비가 회복되고, 그럼으로써 밀기울공급을 늘릴 수 없다면 결국 적정 선까지 고기 값을 올릴 방법밖엔 없을 것이다.
벌써 당국의 가격통제에도 불구하고 쇠고기·돼지고기 값이 사실상 올라가고 있음을 상기할 때, 어차피 올려 줄 수밖에 없는 고기 값을 묶어 두어 사료파동을 일게 하는 것은 쓸데없는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또 밀가루 소비가 회복되어 밀기울 공급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밀기울만 가지고 축산을 진흥시킬 수 없다는 것도 사료의 영양배합관계로 보아 자명하다. 그렇다면 참으로 축산을 진흥시킬 생각이 있다면 양축 효과가 좋은 배합사료를 쓰고서도 충분히 수지가 맞도록 해주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겠는가.
정부는 오는 4월10일부터 쇠고기 및 돼지고기 값을 인상 허용해 주기로 했는데 그것이 현재의 배합사료가격으로 보아 수지채산 면에서 적절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만일 인상 허용키로 한 고기 값으로도 수지가 제대로 맞지 않는다면 사료파동은 여전히 풀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료문제를 걱정하지 않고서도 축산이 진흥될 수 있는 선까지 축산물가격을 정부가 적절히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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