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마간산…「아랍」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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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 근동 지역에서 물값이 기름값보다 비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 실제로 쿠웨이트」에서 휘발유가 1ℓ에 20「필스」, 한국 돈으로 치면 30원 내외인데 비해 물 값은 7∼8배, 심한 경우는 20배나 된다.
4홉들이 물 한병값이 2백원에서 6백원이나 한다. 물론 이것은 서구에서 수입한 음료수, 소위「미네랄·워터」긴하지만….
식당에 가면 공짜 물은 한「컵」뿐이고 더 이상 마시겠으면 따로 돈을 내야한다.
한마디로「콜라」값 하고 맞먹는다고 보면 된다.
해수를 증류해서 만들어낸 물이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물 값은 싸지기는 했다.
「드럼」통 하나에 공장 도매 값이 50원 정도- 서울 변두리 고지대의 물 값보다 비쌀 것이 없는데 이것 역시 원유 원가와 맞먹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중동지역에 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는 오되 겨울철에 집중되고 막상 필요한 여름에는 7∼8개월, 심지어는 열 달이 가도 비한방울 오지 않는다.
대부분이 사막지대여서 일단 내린 비는 땅속에 스며 들어버리지만 나라에 따라서 다소 사정은 다르다.
예컨대「이란」수도「테헤란」은 시가 북동쪽을 달리는 해발 5천m의 높은 산맥위 거대한 천연의 물저장「탱크」에 겨울철에 내리는 눈을 냉동인 채 저장했다가 비가 안 오는 여름에 음료수로 쓴다.「테헤란」시는 이물을 모아 인구3백만 가까운 대도시의 용수를 충분히「커버」할 수 있다.「테헤란」시의 위치는 이「엘부르즈」산맥의 능선지대인 평균 고도 1천5백m. 한국의 대관령쯤의 높이에 위치해있고 남북으로 경사진 시가지 자체의 고도 차가 3백m정도.
이점에 착안해서 시가지에는 남북으로 뚫린 도로양측에 얕은 도랑이 만들어져 도랑 한가운데에 가로수를 심어놓고 하루 서너차례 물을 흘려 내려 나무가 자라게 하고있다.
「쿠웨이트」「카타르」「아랍」토후국 연방 등에서도 급수차가 가로수 둘레에다 파놓은 구덩이에 물을 쏟아 넣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들 나무가 얼마나 소중히 보호되고 있는가는 잘못해서 나무를 부러뜨려 죽게 했을 때 부과되는 벌금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테헤란」의 경우 나이바퀴 하나에 한국 돈3만원정도, 10년생 나무라면 30만원이란 얘기다. 고지 위에 세워진「테헤란」과는 달리「쿠웨이트」시는 시가지가 해면과 같은「제로·미터」지대-.
큰비가 오면 시가전체가 며칠동안 물에 잠겨 버리니 비가와도 걱정이다. 부자나라「쿠웨이트」의 한 선박회사 사장실에 갔더니 장식용 화분은 조화 꽃뿐 아니라 채소도 가꿀 수 없으니 수입 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채소 값은「고기값」이다「쿠웨이트」시 북쪽 유전지대에 자리잡은 유전기술자들의 외국인「커뮤니티」에 갔더니「골프」장이 있긴 있는데「페어웨이」에는 잔디 대신 유사가 깔려있다. 그래도「골프」는 쳐야겠는지「골프」채를 휘두르는「폼」이 보기에 우스꽝스럽다. 심지어「바레인」의「골프」장은 아예「페어웨이」가 모래하고 흙을 섞어 다진 것이다.「바레인」에서는 시가지를 약간 벗어난 곳에 있는 물이 솟는 샘터가 관광명소다. 직경20m, 깊이10m 즘의 5천년째 물이 솟아나고 있다는 이 샘터에서 목욕하는 풍경은 관광엽서로도 나와있다. 한 점잖은「바레인」상인이 가까운 자기 사무실로 가자고 안내를 하는데 때마침 소나기가 쏟아진다. 잠시 피했다 갔으면 좋겠는데 마냥 앞서가니 안 따라 갈 수도 없고 별수 없이「단벌신사」가 흠뻑 비에 젖었다고 워낙 비가 적은 나라라 비를 피하는 습성자체가 없는 모양이다.「테헤란」시에서는 깎아지른 듯한 흙 벼랑 위에 집들이 태연히 올라 앉아있다. 한국에서라면 당연히 축대를 쌓아야 할 것이나 비 한 방울 없이 겨울에 눈이나 내리는 곳이니 무너질 염려가 없다는 이야기. 그래도 쳐다보면 자꾸만 무안해지니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오오히라」일본 외상은 석유 파동 초기 국회에서『신은 자원을 배분함에 있어 일본에 대해 불공평했던 것 같다』고 술회했으나 물 대신에 중동에다 기름을 준 신은 공평했다는 느낌이 더 절실해진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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