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미봉남 ~ 북한 전략 실패했다" 한국말로 못 박은 미 NSC 보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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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행동에는 절대 보상하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고수하는 원칙이다. 이 원칙이 수립된 건 2차 핵실험(2009년 5월), 천안함 사건(2010년 3월), 연평도 포격 사건(2010년 11월)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인해 학습된 정책이라고 시드니 사일러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이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사일러 보좌관은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의 도발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이 도발로 인해 얻고 싶어하는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북한의 도발로 미 정부가 세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공개했다.

 첫째, 도발→보상→도발→대화의 과거 사이클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사일러는 ‘통미봉남(通美封南·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북한의 전략)’이라는 한국어를 사용해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은 실패했다”고 못박았다. 그는 “한·미 동맹 60년은 북한의 도발과 보상이라는 전통적 사이클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만큼 지혜로워졌다”고 했다.

 사일러는 미 정부가 얻은 둘째 교훈을 “북한 핵이 더 이상 협상용 카드가 아닌, 실제 위협용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협상용이라는 주장도 많았지만 2차 핵실험과 대포동 2호 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기로 북한이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키우려 한다는 걸 미국이 깨달았다는 것이다.

 셋째 교훈으로 사일러는 “북한이 도발을 하면 할수록 한·미 간의 군사 공조와 동맹은 더욱 공고해졌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맞서 서울과 워싱턴의 협조는 탄탄해지는 과정을 밟았다”고도 했다.

 사일러는 세 가지 교훈의 결론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은 경제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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