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토론 수업 "학교가 재미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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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핵심 교육정책인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확대된다. 다른 학교보다 먼저 도입하는 이른바 연구학교는 지난해 42곳에서 올해 80곳으로 늘어난다. 이 외에 500개 학교는 희망학교로 지정해 학교 재량으로 실시한다. 2016년부턴 전국 3000여 중학교 전체가 중학교 3년 중 한 학기를 자유학기로 운영해야 한다.

 자유학기제는 체험·토론·실습 위주로 수업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한 체험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 기간 동안엔 중간·기말고사를 비롯해 일체의 지필고사가 없다.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의 학습달성 정도를 점검하는 형성평가나 학생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교사에게 피드백을 받는 자기성찰평가로 대신한다.

 지난해 2학기에 첫 도입될 당시 우려가 많았다. 학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대표적이다. 또 일방적 강의 위주의 수업 형태가 과연 바뀔 것인가에 대한 회의도 있었다. 진로탐색 기회가 적은 농·산·어촌 학교로의 확대도 아직 풀지 못한 난제다.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연구학교 학생(7457명)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조사 결과 ‘대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지난해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학생 만족도를 비교한 결과다. 만족도가 많이 올라간 영역은 ▶프로그램·동아리의 다양성 ▶수업시간의 다양한 체험 활동 ▶진로 탐색 등이었다. 무엇보다 수업에 대한 흥미가 높아진 게 큰 성과다. ‘수업이 재미 있나’ ‘수업이 기다려지나’ 등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학생들이 늘어난 것이다.

 서울교육청이 지난해 처음 도입한 중1 진로탐색 집중학년제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자유학기제와 유사한 개념으로, 진로탐색에 좀더 초점을 두고 있다. 진로탐색 연구학교인 연희중 1학년 김준현군은 “다양한 체험을 한 점이 가장 좋았다”며 “막연히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생명 관련 과학으로 꿈을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김군은 발명·영재 동아리에 들어가 숲체험, 박물관 견학을 했다. 환경부의 생물자원보전 활동 홍보도 했고, 인근 지하철역에서 이산화탄소를 측정하며 대기오염 개선도 탐구했다. 미술시간에는 파스퇴르연구소 연구원이 되는 꿈을 명함에 담는 작업을 했다. 생태건축연구소를 방문했고, 한 대학의 신재생에너지공학과 교수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조명회사에선 조명이 심리 치료에 쓰인다는 사실도 알았다.

 연구학교 학부모(6573명)도 ‘대체로 만족한다’고 평했다. 만족도가 특히 높은 항목은 ▶자녀의 교우 관계가 좋아졌다 ▶자녀가 진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친구들과 협동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다 등이다.

 향후 관심사 중 하나는 자유학기제 성적을 고교 입시에 반영하느냐 여부다.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치르는 2018학년도 고교 입시까진 자유학기제 성적을 반영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류정섭 교육부 공교육진흥과장은 “자유학기제를 하면 공부를 덜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와 달리 학생들이 더 즐겁게 학교를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자유학기제 효과를 적극적으로 알려 학부모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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