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통화량, 그리고 임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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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산품에 대한 가격조정을 끝낸 정부는 6일 종합물가대책을 마련, 사후수습의 방향을 제시했다.
종합물가대책에서 우리의 주목을 끄는 바는 환율·임금 그리고 총수요억제책이라 하겠으며 이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기본입장을 밝혔다.
우선 정부가 환율에 대해서 연내에는 손을 쓰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힘으로써 물가안정을 위해 국제수지군제를 일단 뒤로 미루기로 결정했음을 확인했다. 물론 환율문제는 사전에 정부의 의중을 발설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정부의 공식선언이 액면 그대로의 뜻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단 환율을 유지하려 한다면, 적어도 국제수지의 악화를 막을 구체적인 수단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를 주목한다면 환율문제의 실질석인 향방을 점칠 수 있을 것이다. 이점 업계는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정부가 환율을 현 수준에서 유지할 생각이 있다면 강력한 긴축정책을 집행할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물가의 조속한 안정이 이루어져 수출에 지장이 없을 것이기 미군이다.
반대로 환율을 고수할 결의가 적다면 국내여신 및 통화량을 크게 규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환율의 향방은 상반기중의 통화량 및 국내여신증가율에 다라서 좌우될 것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다.
다음으로 총수요억제를 위해 종합물가대책은 통화량증가율을 30%로 책정했는데 이는 통화량증가율을 35%수준으로 예상하는 것이라 하겠다. 73년도 말의 대 전년 말 증가율이 통화량 43.3%, 총통화 36.6%임을 상기할 때 30%의 총통화증가율이 총수요억제를 뜻할 수 있겠느냐 깊이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그 동안의 물가현실화로 통화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숨길 수 없다. 그러므로 물가상승에 따른 통화수요를 공급해야 한다는 각도에서 보면 30%의 총통화공급이 총수요억제와 부합될 수 있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도를 달리해서 평가해 보면, 30%의 총통화증가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물가현실화로 상승「무드」에 걸려있는 지금 통화수요를 충족시켜주면 물가의 악순환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되는 것임을 주목해야 한다. 아무리 물가압력이 커도 통화공급을 억제하거나 지연시키면 그만큼 물가압력은 완화됨으로써 실제 물가상승률은 낮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물가현상화로 충격을 주면 줄수록 통화공급은 필요수준보다 적게 공급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임금조정이다. 정부는 기업이윤을 줄여서라도 대금을 조정해 주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업계도 귀를 기울여야 할 사항이다.
물가압력의 충격을 정부·업계, 그리고 소비자가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명제를 인정한다면 기업이윤 폭의 축소는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업계는 물가충격에 따른 정액소득 층의 고통을 적극적인 자세로 덜어 주기를 바란다.
이와 관련해서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바는 정부나 근로자의 요청이 있기 전에 업계 스스로 기업수지를 분석해서 자발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임금조정을 단행하라는 것이다. 원가압력과 가격통제 속에서 임금인상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지만, 대세는 어찌할 수 없음을 업계도 깊이 있게 인식해서 임금문제에 인색하지 말기를 거듭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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