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지지 않는 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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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호 04면

아트 슈피겔만의 만화 ‘쥐’는 나치가 자행한 참혹한 학살과 그 비극을 견뎌낸 유대인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인격화된 쥐(유대인)와 고양이(나치)로 그려낸 만화입니다. 참상을 담담하게, 하지만 세밀하게 묘사해 오히려 더 큰 충격을 주는 작품이죠. 미국에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구겐하임상, 퓰리처상 등을 받았고,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최우수만화상도 수상하며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세계 최대 만화축제인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30일~2월 2일)에서 다루기로 한 것도 한 장의 만화나 짤막한 애니메이션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이현세·백성민·오세영·김준기 등 대표 작가들이 한국만화연합·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이름으로 동참해 만화 20점과 영상 4점을 준비했습니다.

1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조윤선 장관이 직접 참석했습니다. “현재 생존하신 할머님들은 쉰한 분으로 평균 나이 88세의 고령”이라며 “이번 출품작을 통해 위안부의 비극과 전시(戰時)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전 세계에 알려졌으면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측이 이 전시를 훼방놓기 위해 벌써부터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다는 얘기가 들리네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지지 않는 꽃(부제: I’m the Evidence)’입니다. 영어 부제보다는 우리말 원제가 훨씬 좋네요. 스러지지 않고 또 반드시 이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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