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절하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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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의 「엥」 화가 「달러」 당 2백80「엥」에서 3백「엥」으로 사실상 절하됨으로써 유가 파동의 국제통화 체제 교란현상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엥」화의 평가절하가 그것만으로 그친다면 문제는 간단한 것이나 이를 출발점으로 하여 추가적인 절하과정이「엥」화는 물론, EC제국 통화에까지 번질 것은 벌써부터 예상되던 바라 하겠다.
7일「스위스」의「바젤」에서는 석유파동이 국제금융 시장을 교란시키는 우려할만한 사태를 토의기위해서 서방 주요국 중앙은행장 회의가 열렸다는 사실만 보아도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키 힘들지않다.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로마」에서 열릴 예정인 20개국 재상회의를 위한 예비 회담으로서의 중앙은행장 회의는 ⓛ석유위기로 악화될 국제수지 개선방안과 ② 「달러」시세의 폭등으로 혼란상태에 빠진 외환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이 주로 논의되었다 한다.
그 결과 서방 주요국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오일·코스트」7백억「달러」를 합리적으로「아랍」제국이 사용하지 않는 한 국제통화 질서는 마비될 수밖에 없다는데 의견이 모아졌으나 이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들 중앙은행장 회의의 평가는 국제통화 질서의 재건이 지금으로서는 비관적이라는 것이며 결국 그에 따라서 국제무역 질서의 재건도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석유파동이 이처럼 국제 경제의 혼란 요인으로서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리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기 힘드는 것이라면 앞으로의 세계 경제는 평가조정 과정의 계속과 그에 따른 자국 보호조치의 강화라는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화파동과 근린 궁핍화 정책의 강화에 따른 또다른 정체 요인이 세계경제의 후퇴를 강요할 여지가 매우 커졌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 경제 동향이 이처럼 계속 비관적인 요인을 축적시켜 간다면 최저 수출 증가율이 40%선은 되어야 환율 및 국제 수지벽에 부닥치지 않을것으로 보이는 우리로서는 다시 한번 우리의 국제수지 전망을 점검할 필요가 있을 줄로 안다.
더우기 세계경제의 혼란과 파동 과정에서 가장 타격이 클 일본 경제에 대한 우리의 의존성이 매우 큰 것임을 직시할 때 73년과는 반대의 수출 전망을 예장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대일 수출은 72년에 4억「달러」수준이던 것이 73년에는 13억「달러」수준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수출증가가 우발적일 가능성은 큰 것이며 일본경제의 반전으로 그것이 다시 수축될 때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대일수출 전망이 악화되었다고 그것이 대EC 수출증가로 보상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 결국 대미수출 증가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미 수출 증가는 73년과 같은 이례적인 수출 여건하에서도 30%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에 그쳤으므로 대일 및 대EC수출 정체분을 보장할 여지는 없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우리가 국제 경제 동향에 적응하는 가장 안전한 방향은 한인 억제에 있는 것이며 그것은 성장을 크게 기대않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성장을 바라지 앉는 사람은 없을 것이나 그것이 보다 큰 부담과 혼란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큰 것이라면, 성장 속도의 조정에 애쓰는 것이 훨씬 이로울 것임을 다시 한번 검토해 주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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