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탁구 이에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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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모든 것이 꿈만 같아요. 내자신도 열심히 했지만 주위에서 잘 밀어줬기 때문에 그 염원의 세계 우승을 획득한 것 같아요.』
아직도 여드름이 채 가시지 않은 올해 19세의 이「에리사」양. 지난 4월 「유고」의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의 여자단체전 우승이 벌써 9개월 전의 일인데도 그녀는 당시를 잊지 못하는 양 사뭇 감격 어린 추억을 더듬는다.
『정말이지 세계를 제패했다는 것이 나혼자만의 힘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영광될 수 는 없었어요. 귀국한 뒤로는 며칠동안을 꿈속에서 헤매는 듯한 기분으로 지냈으니까요.』
그러나 그 우승에의 길은 험난했다고 술회한다.
이승규씨(54)의 3남5녀중 말띠의 막내동이로 탁구에 손을 댄지 9년.
처음 5, 6년 동안은 탁구를 치는 맛에, 그리고 한편으로는 국내 대회를 석권하는 승리감에 된 줄을 몰랐단다.
하지만 71년의 일본「나고야」 세계선수권대회의 단체 3위, 72년「스칸디나비아」 대회서의 개인전과 복식전을 석권한 뒤로는 온 국민들의 기대가 어깨를 짓누르고 항상 쫓기는 자세에서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사라예보」대회를 앞두고 천영석「코치」등과 함께 피눈물나는 합숙 훈련을 할 때의 고충은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이 같은 고난의 시절이 있어서 정현숙·박미라 등과 함께 세계의 최강자인 중공의 정회영, 호옥란, 장립을 3-1로 꺾고 다시 일본의「요꼬나」「오오세끼」를 이겨 우승했을 때는 감격에 북받쳐 울음을 억제할 수 없었다는 것.
그녀는 이때 단체전에서 너무 과로, 개인전서는 부진했지만 그녀가 보인「톱·스핀·드라이브」와「루프·드라이브」등의 뛰어난「플레이」로 올해 세계「랭킹」2위를「마크」했다.
『막상 꿈을 이룩하니 허탈감마저 들고 다음 대회서도 선수권을 방어하자니 초조감마저 드는군요.』 이 같이 말하면서도 그녀의 굳게 다문 입에서는 73년의「히로인」다운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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