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의 7년 아성은 무너질까? 제8기「왕위」에 도전하는「국수」하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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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8기「왕위」「타이틀」은 누구에게 갈 것인가? 바둑「팬」들은 오는 21일부터 열리는 왕위 김인 7단과 도전자 하찬석 5단의 도전 5번 승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도전 승부가 예년에 없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왕위와 국수의 대결이란 점, 7기 동안 독점해 온 김인 아성이 과연 무너질 것인가 하는 점, 두 대국자는 큰 승부에서 처음 만난다는 점, 또 두 사람 모두 일본「기마니」문하에서 수업한 정통파란 점등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왕위는 7기 동안 김 왕위가 연패해 왔고, 매해 도전자들은 별표와 같이 3-0,또는 3-1로 한번도 5국을 채워 보지 못하고 힘없이 물러나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도 도전자 하 5단에 대한 기대는 크며 또 이번 두 사람의 다섯 차례 대결은 전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빅·게임」으로「아마추어·팬」은 물론. 전문기사들 사이에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이 지금까지 공식대국에서 만난 것은 단 두 번뿐. 72년 국수전 본선「리그」와 승단전에서였는데 그때는 하5단이 흑번으로 모두 이겼다.
그러나 김 왕위는 왕년에 4관왕을 차지했던 한국기계의 정상이며 올해 들어「컨디션」을 회복, 통산 25승5패의 놀라운 승률을 보이고 있다. 또 하5단의 올해 전적은 군복무 관계의 기권패를 빼면 21승6패로 역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김 왕위는 전남 강진 태생으로 올해 29세. 58년 14세 때 입단했고 62년 4단 때 도일, 1년8개월 동안「기마니」문하에서 수업했다. 63년 11월 귀국, 그때부터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해서 66년 국수「타이틀」과 같은 해 왕위「타이틀」을 차지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타이틀」은 왕위와 최고위.
하 5단은 경남 합천 태생으로 하문선씨(68)의 3형제 중 막내.
올해 25세인 그는 10세 때부터 바둑을 배웠고 15세 때 조남철 8단의 소개로 일본「기마니」문하에 들어갔다.
입단은 전문기사로는 좀 늦은 편인 18세 때 초단을 따고 그 이후 매년 승단, 70년 4단 때 귀국했다. 그 동안 군 복무를 마치고 금년 7월 제대했으며 지난달 윤기현 국수에 도전, 3-1로「타이틀」을 쟁취했다.
『김 왕위에게는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기풍도 잘 모르고 두기가 거북할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두겠습니다.』 도전기를 앞둔 하5단은 겸손하게 말하면서도 패기에 가득 차 있었다.
이에 비해 방어해야 하는 김 왕위는 오히려 쫓기는 입장인지도 모른다. 『하5단은 한번 겨뤄 보고 싶은 상대였습니다. 최선을 다할 뿐이죠』하고 담담하게 그는 말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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