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한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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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격동하는 국제정세하 미국의 대한 정책의 향방을 엿보게 하는 두가지 중대한 시사가 있었다.
그 하나는「헨리·키신저」미 국무장관이 6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한국 휴전협정의 대체안 준비를 시사한 사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해마다 미 하원 외교위에서 작성하는『1970년대 미국 외교정책 보고서』의 공표이다.
특히 후자에서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과 중공의 이해관계가「닉슨」대통령의 희망과는 달리 상호갈등이 계속 존재한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대한정책은 ⓛ한국의 통일문제에 관한 미국과「유엔」의 입장은 무엇인가 ②남한에서 형성되고 있는 관권정치에 대한 적절한 미국정책은 무엇이냐의 두가지 문제에 귀결된다고 했다.
아울러 이「보고서」는 한국통일 처리방안과 미국이 한·일·대·비 등「아시아」제국과 맺은 상호방위조약을 재 검토하는 문제가 미국의 대아경책 중 주요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월「유엔」총회 정치위에서는「유엔」동시가인을 주장하는 한국측 안을 지지하는 국가들과「유엔」군의 해체·철수를 주장하는 북한측 안을 지지하는 국가들 사이에 날카로운 설전이 벌어지다가 미·중공의 막후 협상으로 마침내『표결엾는 안협안』이 통과되었다. 이 안은 남북한관계의 개선이나 한국 통일문제 해결의 과제를 주로 남북한 당사자들에게 맡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방식이 남북한간 대화재개를 위한 흥정마저 지지부진한 오늘의 정세하에서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는지 근본적으로 의문이다.
여기 한국 통일문제에 관한 미국과「유엔」의 대책이 무엇인가 하는 소박한 질문이 다시금 제기되지 않으면 안될 소지가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대화의 목적은 국제적으로 보아서 하나의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남북한의 분단으로 말미암아 조성된 대립과 긴장, 고통과 희생을 민족자결의 정신에 따라서 풀어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공산당은 대화를 빙자하여 한국의 주권을 모독하고, 사회를 혼란시키며 안보역량을 약화시켜 적화통ㅡ을 이룩하기 위한 기반조성에 급급하고 있으므로 대화를 통해서 평화를 공고히 해보겠다는 우리의 소망은 중대한 암초에 부딪치고 있다.
이런 여건하에서는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이야말로 한국의 안보를 튼튼히하고, 대화를 통해서 평화를 추구하는 힘의 뒷받침이 되는 필수 부가결한 것이다.
미국이 지금「닉슨·독트린」의 실천적 전개와 관련해서 한국 휴전협정읕 대신하는 새로운 국제협약을 준비하고 한·일·대·비 등과 맺은 상호방위조약을 재 검토해야될 입장에 서있음은 우리로서도 이해한다.
그러나 이 재 검토는 바야흐로 전환기에 있는 한국의 입장을 불안케하거나 불리하게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한편 한국에서의「관권정치」에 대해서 미국이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은 한국의 동맹국으로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최근의 학원사태·언론계 및 종교계의 움직임은 정부가 취한 일련의 현 강경정책에 대한 반발인 동시에 정부로 하여금 민주적인 서정쇄신을 가지고 정국을 수습하겠다는 자세를 취하게 한 요인이었다.
우리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동맹국의 내정에는 간섭치않는 정책을 써왔다는 사실읕 잘 알고 있다.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도 이 원칙은 불변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바로 세계 속의 일국가임을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국내 정치문제로 세계 여론의 빈축을 사고, 나아가서는 국가를 고립시키는 일이 없도록 민의릍 존중하고 국민에 봉사하는 정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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