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인신보호영장 장제의 도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 일각에서 구속적부심사 제도의 부활을 위한 형소법 개정 논의가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수도 변호사회는 그 동안 7개월에 걸친 침묵을 깨고 인신보호영장제도의 제정을 건의하였다. 그 주요한 내용은 구형소법에 규정되었던 구속적부심사제도의 부활에만 그치지 않고 ①구속영장 없는 구속을 원칙적으로 행인하며 ②긴급구속을 원칙적으로 인정치 아니하며 ③일몰 후의 강제수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④집행하지 못한 구속영장·압수수색영장은 유효 기간의 경과와 함께 실행토록 하고 ⑤전격 기소를 금지하며 ⑥영장에는 특별한 경우 구속으로부터의 해방 문언을 기재케 하고 ⑦임의 진술이 아니라고 변소할 때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진정 성립의 입증 책임을 수사 기관에 지우며 ⑧구속적부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공소 제기 후에도 적부심을 하도록 하고 ⑨보석을 쉽게 하고 ⑩사전 비밀 영장의 발급을 금지하는 등 다방면에 걸치고 있다.
수도 변호사회의 이 제의는 인신 구속의 신중을 기하기 위한 것으로 그 뜻하는 바는 매우 중요하다. 작년 9월에는 여야가 모두 인신보호영장제도의 채택과 전격 기소의 금지 등에 합의한바 있었을 정도로, 이 제도는 법 이론상 타당한 것이며 인신 구속의 신중을 위하여 적절한 조치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현재로는 여당이 구속적부심사제도의 부활조차 반대하고 있으나, 국민의 기본권 신장을 위한 입법의 하나의 이상의 제시라할 수 있다.
수도 변호사회의 건의 중 특이한 것은 검찰 배심 제도의 신설이다. 이 배심위원회는 법원 내에 설치하되 구속 배심과 기소 배심의 양분과를 두도록 하고 있다. 위원은 15년 이상의 변호사, 논설위원급 이상의 언론인, 부교수 이상의 교육자, 일정 경력 이상의 성직자 중에서 선정 위촉하여 구성하도록 하였다.
이 배심위원회는 공익인에 대한 구속이나 기소를 검사의 전결 사항에서 배심위원회의 재결 사항으로 옮긴 점에서 괄목할 만 하다. 행여나 있을지도 모를 검사의 권력 남용을 억제하고 민권운동의 기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착상은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에 족하다. 이 검찰배심제도는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도 그 도입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
신체의 자유, 그 중에서도 구속에서의 자유는 모든 자유의 전제가 되는 것이다. 교도소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거주 이전의 자유나 종교 행위의 자유·언론 출판의 자유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불법·부당한 구속을 받은 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길은 구속적부심사제도의 도입이나 인신보호영장제도의 도입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점에서 수도 변호사회의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근대적 인권선언이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채택된 것이었음은 영·미의 예에서도 명백한 것이다.
인신보호영장제도는 영국왕의 구속권 남용에서 인신을 수호하기 위하여 창안된 것으로 17, 18세기에 이미 완성된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8·15해방 후 미군정에 의하여 실시된 다음 20여년간 시행되었던 터에 갑자기 이를 폐지한 것은 새로운 인신보호법을 제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
국회는 당파적 입장을 초월하여 국민의 대표로서의 기능을 살려 이번 수도 변호사회의 건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인권 보호를 위하여 최대한의 입법 활동을 벌여 주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