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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상속세제 개편, 모든 부작용 감안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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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상속제도 개편과 상속세법 개정이 연동돼 검토될 가능성이 커졌다. 생존 배우자에게 상속재산 절반을 먼저 떼주는 민법 상속편(상속법) 개정을 계기로 배우자 공제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것이다. 법리적으로 보든, 현실적으로 보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현재 법무부가 입안 중인 상속법 개정안의 골자는 재산 명의자가 유언 없이 숨질 때 생존 배우자가 상속재산의 50%를 우선 받도록 하고 나머지는 현행 상속비율(1.5대 1)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경제력 없는 생존 배우자의 노후를 두텁게 보장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이 경우 이중(二重)과세의 문제는 한층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생존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이 커짐에 따라 상속세 총액 증가가 불가피하다. 상속법 개정 땐 전체 상속세가 연 7000억원가량(2012년 기준) 늘어난다는 용역 보고서도 나온 상태다.

 그런 점에서 상속제도·세제 개편을 함께 검토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타당성이 인정된다. 상속제도를 개편하는 목적이 세수 확보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상속세 과세 대상이 소수(2%)라고 해도 세 부담이 최대 두 배까지 커진다는 건 문제가 있다. 더욱이 기업이나 가업(家業) 승계에도 분쟁의 불씨를 남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황혼 이혼’이나 ‘황혼 재혼’의 경우 재산 분배를 둘러싼 분란을 키울 소지도 있다.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나아가 국회는 이 같은 부작용들이 상속제도 개편의 취지를 왜곡시키는 일이 없도록 관련 법안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입안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소득→본인 사망→배우자 사망 때마다 최고 50%의 징벌적 세율을 매기는 현행 3중 과세 체제의 불합리성을 지적한 바 있다. 고령화에 대처하고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선 미국처럼 부부 간 상속에 과세를 하지 않는 등 상속세제 전반을 원점에서부터 재고할 때다. “한 인간의 죽음을 과세 기회로 삼는다는 아이디어는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이란 미국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의 경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