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한 서민 생활용 유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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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리점 고시 가격이 1「드럼」당 5천46원하는 경유가 서민들에겐 6천원을 주고도 구할 수 없게 되어 벌써부터 아우성인 것이다.
목욕탕에서도 「벙커」C유를 살 수 없어 많은 업소가 한꺼번에 휴업을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다. 현재 시행 중인 「에너지」소비 절약 방안을 실시 한지 이틀도 못되어 다시 일부 수정, 일반 서민이 이용하는 다과점·선술집·대폿집은 영업 시간 단축 대상에서 제외키로 하여 「에너지」소비절약 방안의 무정견함을 나타내었다.
석유파동은 국내 정유업자들이 예상외 규모와 출고 조절을 시작함으로써 절정에 달한 감이 든다. 이러한 출고 조절로 인하여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영세 실수요자이다. 산업용 「에너지」는 수출 정책 때문에 계속 상당량이 공급될 것이요, 대다수의 대규모 수용가들도 그 동안 상당한 비축을 했기 때문에 당장 추위에 떨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 소규모로 한「드럼」씩 사서 난방을 했거나, 한되씩 사서 취사를 해 오던 가정에서는 비싼값을 주고서도 구할 수 없어 벌써부터 취사도 못하고 냉방 속에 살아야 한다면 닥쳐올 엄동을 어떻게 지낼지 한심하다 아니할 수 없다.
이미 민영「아파트」중에는 기름 때문에 1주일 간씩이나 난방을 못해, 외국인 입주자들은 이사를 가 버리고 내국인들은 부득이 전기 「히터」를 사용해서 한기를 쫓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유류파동이 이와 같이 서민 생활에 더 심각한 것이라면 큰 문제다. 정부는 「에너지」절약 방안이라는 것을 마련하여 소비 절약만을 강조하고는 있으나 무엇보다도 앞서 유류의 유통 질서 확립을 기해야 할 것이다. 유류를 공급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소비를 절약할 것인가.
우선 유통 질서의 확립을 위하여 보다 현실적인 소비 규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것이요, 부득이 할 때에는 배급 방식이라도 채택함으로씨 적어도 최저한의 취사·난방용 유류만은 고루 확보케 해주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흔히 물가의 이중 가격을 고수하다 품귀 현상이나 매점 매석 행위를 일으켜 실수요자에게만 터무니없는 희생을 야기시킨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질소 비료만 해도 고시 가격은 7백50원이고 외국에 수출하는 가격은 이보다 훨씬 싼값으로 수출, 그 때문에 시중에서는 품귀 현상이 극심하여 2천5백원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최고 가격의 지정은 이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일부 계층을 위해서는 유리 하나, 서민 대중에게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실물 취득 불능이란 해악이 더 큰 형편이다. 비단 비료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타일」 「시멘트」 등 대부분의 공산품에도 해당된다.
따라서 정부는 공산품의 이중가격 형성을 막고, 유통 질서의 원활화를 위하여 근원적인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최고 가격제를 유지하는 경우에는 엄격하되 공평한 배급제를 실시하여 서민들도 최소한의 필요한 양만큼은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매점 매석을 단속한다고 하고는 있으나 쌀 이외의 물품에 대한 매점 매석 단속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실정이다.
유류에 대한 소비 절약은 석유세를 인상함으로써 단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동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부는 유류 소비를 권장하여 석탄 대신 유류「보일러」를 쓰도록 보조금까지 주었는데 이제는 유류「보일러」를 석탄「보일러」로 대체 하는데 보조금을 주어야 하게 되었다. 유류 절약 정책에서도 서민 소비층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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