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사고와 역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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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을 해결해 나갈 때 출발점으로부터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접근해 가는 사고방식이 있다. 수학에서는 이것을 순사고라고 한다.
또 한편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겠다고 거꾸로 생각하는 방식이 있다. 이것을 역사고라고 한다.
가령 1백원 용돈 중에서 「코피」 한잔 마셨으니 50원 남고, 「버스」를 탔으니 30원이 남았다고 계산하는 게 순사고다. 이와는 달리 「코피」 한 잔과 「버스」요금에 70원을 썼으니까 30원이 남았다고 보는 계산법이 역사고다.
순사고이든 역사고이든 해답은 같아야 한다. 또한 해답만 옳게 나온다면 어느 방식을 쓰든 상관이 없다. 복잡한 문제일 때에는 순사고와 역사고를 섞어서 풀어 나가는 게 보통이다.
당국에서는 현행 택시의 기본요금 인상을 검토 중에 있는 모양이다.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역사고에 의해 끌어낸 답인 듯 하다.
확실히 「택시」요금이 비싸면 타는 손님이 줄어든다. 그만큼 기름이 절약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아무리 손님이 없어도 「택시」는 여전히 달려야 한다. 손님을 찾기 위해서라도 더 많이 달려야한다.
이래서 「택시」 8부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곧 1만 2천여 대의 「택시」 중에서 매일 1할씩 놀리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래서 더욱 붐빌 「러쉬 아워」 때를 위해 「택시」 합승제를 새로 마련하면 되겠다는 답이 또 나온다. 완전한 역사고다.
그러나 「택시」, 「버스」 등의 운송에 쓰이는 휘발유는 국내 유류 소비구조 중의 5.5%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알량한 비율 중의 또 1할도 못되는 것을 아끼기 위해 시민의 발을 묶어 놓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역사고의 해답이 잘못 풀려 나온 것만 같다.
「택시」와 「버스」와 나란히 해서 열차에도 제한이 있을 모양이다. 철도청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 노선들의 열차운행을 월말부터 폐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유는 연료절약을 위해서란다.
그러나 이건 아무래도 운행중지를 위한 구실 같기만 하다.
열차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갑지에서 을지로 내왕하던 사람들이 발을 끊는 것은 아니다. 일이 있어서 열차를 타게되는 것이 사람들이다. 「버스」 값보다 싸기 때문에 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더 많다.
따라서 기차가 없으면 하는 수없이 「버스」라도 타야 한다. 더욱 「버스 손님이 붐비면 「버스」 대 수를 늘려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기차를 굴리지 않는다고 기름이 절약되는 일은 별로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저 철도청의 적자가 줄어들 뿐이다.
순 사고로 따져본다면 운송업이란 관민을 막론하고 「서비스」 기능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요새는 너무나 역사고에 치우친 나머지 기본적인 「서비스」성을 저버린 모양이다. 왜, 뭣 때문에 기름을 절약해야하는지 일반 시민이 납득이 가야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최소한의 희생아래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뭣인지 한 번 순 사고로 검토해 볼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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