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긴장의 교우|한·호 축구의 주력들 임전의 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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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뮌헨·월드·컵」축구대회「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의 한·호 2차전을 불과 몇 시간을 앞둔 10일 상오 양「팀」의 숙소를 찾아 선수들의 표정을 살폈다.
안양시내 서울여관에 합숙훈련중인 한국대표「팀」은 가을비가 싸늘하게 내리던 9일 하오에도 대농 구장에서 마지막 연습을 마친 후 새로운 각오를 하고 밤10시에 취침, 아침7시 모두 일어나 가벼운 체조를 했다.
서울시내 남산「도오꾜·호텔」에 여장을 풀고 있는 호주대표「팀」도 9일 하오3시 가을비를 맞아가며 서울운동장의「론·그라운드」에 처음 나타나 l시간 동안 정력적인 연습을 했다.
그후 저녁 식사를 끝내고「호텔」의「라운지」와「쇼핑·센터」에서 자유시간을 즐기는 등 한국선수들과는 대조적인 여유를 보이는 듯 했다.
한국선수들은 10일 낮 안양에서 점심을 든 후 서울 운동장으로 직행, 경기에 임했다.
이날 양「팀」의 주력선수들은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음과 같이 임전의 신념을 밝혔다.
주장인 변호영「골·키퍼」는『1차전의 경험을 토대로 최선을 다하겠다. 주장을 맡은 나로서는 실수를 범할 수는 있어도 비굴하게 물러서지는 않겠다.
호주는 FW「애보니」의 공격력이 날카로운데 우리 수비진이 잘 막아주리라고 본다. 나로서는 그들의「센터링」이나「코너·킥」을 차단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염을 깎지 않아 얼굴이 텁수룩한 박이천 선수는『앞으로 어떻게 될는지는 몰라도 이번 한·호전이 나의 대표 선수 생활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사력을 대해 싸울 결심이다.
1차전 때는 발목이 시원치 않았으나 이제는 완쾌됐으니「콤비·플레이」만 잘 이루어진다면 꼭 승리할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게 바랄 뿐이다』고 했다.
수줍은 표정에 목소리조차도 앳된 차범근 선수는 꼭 이겨야겠다는 신념이 이번처럼 강렬하게 작용했던 적은 없었다고 하면서『상대방의 수비가 그리 강하지는 않다고 본다. 1차전을 치르고 나니 이제는 마음의 여유조차 생겼다』고 덧붙였다.
한편 호주 선수들 중의「골·게터」라고 하는 FW「애보니」는 9일 밤「도오꾜·호텔」의「쇼핑·센터」에서「롱·드로잉」의 명수인「레이·리처드」등 3, 4명과 떠들면서『내일의 승부는 알 수 없다. 나는 한국이 꼭3번째인데 그때마다 지리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었으며 그 예감은 적중했다.
현재의 한국「팀」은 69년의 양지「팀」보다「파이팅」과 주력이 좋은 편이지만 그 이상의 특징은 없다. 한국선수 중에는 박이천과 차범근이 뛰어났다』고 말했다.
콧수염을 기르고 체격이 당당한「리처드」는『1차전 때는 나의 긴「드로잉」을 유기흥과 박영태 등이 모두 막아냈는데 오늘은 상황이 좀 다를 것이다.
10일은 날씨가 추워 호주에 불리할 것이라 하지만 뛰는 우리선수의 입장에서는 별문제가 없다』고 농담을 섞어가며 자신 있게 말했다.
호주선수 중에 비교적 신중한 사람은 올해 30세로「베테랑」급 선수인「존·워런」.
그는 1차전에서 호주가 0-0으로 비긴 것도 승운이 없었고 축구의 의외성에 기인했던 것이라면서 2차전의 승산은 반반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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