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을 휩쓰는 「공자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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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음은 최근 중공을 다녀온 「로렌·젠킨즈」씨가 「뉴스위크」지에 기고한 글을 요약한 것이다.
그는 현재 중공에서 일고 있는 공자 비판운동에 대해 의미 심장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최근 중공에서는 이미 2천4백여 년 전에 죽은 공자에 대해 맹렬한 비판의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 2개월 동안 공자는 「배반자」로 낙인찍힌 임표와 함께 신문·「라디오」에서 빈번히 거론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공에서 새삼스레 공자를 비판하는데 대해 약간 기묘한 해석을 붙인다. 진짜 목표는 주은래 수상이라는 주장이다.
공자에 대한 비판의 논점 가운데는 그가 아무런 자격도 없는 관리들을 옹호했다는 것이 들어있다.
전문가들은 문화 대혁명 당시 주가 구 관료들을 보호하고, 숙청되었던 자들을 복권시켰다는 사실과 이 논점 사이에 상당한 관계가 있다고 풀이한다.
내가 약6개월 전에 중공을 방문했을 때 중국인들은 외국인과 정치적 문제를 얘기하는 것을 극력 회피했다.
그러나 이번에 갔을 때는 전혀 달랐다. 적어도 공자 문제에 관한 한 그들은 기꺼이 이에 응했다.
광동 중산대학의 역사학자인 「양·중·쿠오」교수는 공자 비판에 선봉을 섰던 사람이다.
그는 약2개월 반전에 공자가 『노예 소유 계급의 지배를 옹호』한 반동 분자라고 공격했다. 「양」교수의 동료인 2명의 학자는 나에게 『공자의 교의란 한 마디로 말해서 「착취는 정의, 반항은 범죄」』라고 말했다. 그들은 또 이와 같은 교의가 유소기 및 임표 일파에 의해 실천되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마지막 결론이었다. 『공자 비판을 둘러 싼 투쟁이 혁명적 계급과 구 제도의 옹호자들 사이에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공자 비판에 반대하는 「구 제도의 옹호자」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공자 비판은 나무를 베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는 뿌리까지 뽑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8월의 십전대회에서 문화 대혁명 당시 가장 열렬히 활동했던 급진파와 질서 회복에 노력했던 온건파 사이에는 어떤 절충이 이뤄진 듯이 보였다.
그러나 공자 비판의 고조는 양파의 대립을 더욱 촉진시킬지도 모른다.
공자 비판이 과연 주은래를 겨냥한 것인가의 여부는 현 단계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공자와 주은래 사이에 상당히 닮은 점이 있다는 젓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주는 축출되었던 사람들을 되살려주고 과오가 있는 사람일지라도 전죄를 뉘우치면 능력에 따라 재기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중용의 표본이랄 수도 있었다.
북경에서 만났던 어떤 학생의 말대로 주는 『중공의 현옥』이며 『중공이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역시 북경에서 만났던 한외교관은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71년 여름에도 공자 비판의 물결이 굉장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임표가 실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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