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천 원 산지 미가의 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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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쌀 증산이 절실한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 정책 때문에 올해 쌀 수매 가격은 물가정책 목표인 10%만 인상키로 낙착된 것 같다.
외미 도입 원가가 80㎏ 당 1만2천3백52원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한계 경지의 쌀 생산비가 1만1천5백 원은 넘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실정에서 수매 가격을 10%만 올려 1만8백77원으로 결정한 것은 농정의 후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 상승률과 동률의 수매 가격 인상이라면 실질 수매 가격은 조금도 올리지 않았다는 뜻이 되는 것이며 또 쌀 생산비가 11.1%가 증가했다면 실질 수매 가격은 인하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물가 안정이 우선되어야 하느냐, 식량 증산이, 우선되어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일도 양단으로 가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 10% 목표는 어디까지나 목표에 불과한 것이므로, 물가 정세에 따라서 지켜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쌀 수매 가격이 10%만 인상되는 경우, 내년의 물가 상승률과는 관계없이 농업소득은 그에 따라서 거의 결정되는 것이므로 물가 정책이 실패하는 경우 농민들은 어김없이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기왕 쌀 수매 값을 10%로 결정한 이상, 내년의 물가 상승률이 10%선을 돌파하는 일이 절대로 없도록 지금부터 다짐해야 마땅하다.
또 기왕 정부 수매 가격을 가마당 1만8백77원으로 결정했다면, 이제부터 산지 미가를 수매 가격 수준까지는 적어도 유지해 주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지금 산지에서는 90㎏들이 가마당 9천 원 선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를 80㎏들이 수매 가격으로 환산한다면 가마당 1만2천2백40원 선은 되는 것이다. 이러므로 산지 미가가 90㎏들이 가마당 1만2천 원 수준이 되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주어야 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여 그동안 도시 쌀값을 1만원으로 통제하고, 햅쌀 반입을 억제함으로써 산지 쌀값이 폭락하도록 내버려 둔 것은 농정 당국으로서는 차마 할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여 산지 쌀값을 떨어뜨리고 그럼으로써 농민들의 불만을 사게 된 것은 장기적으로 보아 큰 손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물론 산지 쌀값이 폭락함으로써 정부 수매 량을 확보하기는 쉬워졌다 하겠으나 농정 목표가 식량 증산과 농업 소득의 보장에 있는 것이지, 정부 수매 량의 확보에 있는 것은 아니므로 산지 미가의 유지가 앞으로의 과제임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추수기부터 연말까지의 산지 쌀값을 보장해야만 중농 이하의 농가소득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수매 가격과 수매시의 확보도 중요하지만, 산지 쌀값의 유지를 더욱 중시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이에 지장을 주는 도시 쌀값의 통제는 해제해야 한 것이며 동시에 정부미 방출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또 올해 쌀 수확고가 2천9백만 섬 수준으로 대풍이라면 정부 수매 량 4백만 섬으로 산지 미가를 지지할 수 있겠는지도 의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통화량이나 보관 시설 부족을 핑계삼아 연내 수매 량을 억제하는 경우 산지 쌀값은 보장되기 힘들 것임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정부 보관 시설이 부족하다면 선매 자금이라도 방출해서 연말까지의 산지 쌀값을 지지하는데 인색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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