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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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제 겨우 여섯 살 짜리 아들을 가진 엄마로서 감히 며느리 감을 생각해 봤다면 누구나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웃으리라 나는 지금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조금 전 가슴이 서늘해지던 준의 질문을 되새겨 본다.
TV만화영화「프로」를 봐주던 내가 우연히 펼친 신문기사 속에 떳떳치 못한 몸짓으로 쭈그리고 돌아서 앉아있는 여인들의 사진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부 도박단이라나. 매일 매일 놀라운 기사에 익숙해져버린 강심장으로도 서글퍼지는 장면인데, 갑자기 곁에 있던 준이 녀석이 『엄마, 이 사람들 왜 이래?』 어린 눈에도 심상치 않았던 모양이다. 당황했던 내가 얼떨결에 『으응 ,나쁜 여자들이란다.』 대답해 놓고는 나는 그 불쾌감에서 빨리 헤어나려고 다른 곳에 눈을 돌렸다.
『엄마 나 장가 안 갈래 ,나쁜 여자가 많아서…』 참으로 놀라운 생각의 비약이다. 어린 가슴에 미래의 제 아내의 모습이 동화 속의 공주님 같으리라는 꿈을 송두리째 빼앗은 그 못난 엄마들이 한없이 미워진다. 권리나 의무를 떠나서 여성으로 더구나 엄마로서의 긍지를 가지고 내일의 씨앗을 가꾸는 올바른 자세가 아쉬워진다.
아빠의 손수건을 빨고, 아이들의 예쁜 얼굴과 마음을 만져야하는 엄마의 보드라운 손에 막막한 화투짝이 쥐어져 있다는 아무래도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 가을에는 빨간 머리의 「앤」이 생각하는 사랑스러운 마음을 준에게 읽어주면서 그런 밤에 어디에선가 밤알이 영근 소리에 귀 기울여야겠다. 박명자<서울 갈현동28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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