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겨울의 유행과 기성복 고르는 요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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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5, 6년 동안 사람들은 일률적인 유행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에 드는 옷을 자유롭게 골라 입는 편안함을 누려왔다. 이러한 분위기는 두 가지의 뚜렷한 유행을 다시 만들어냈는데, 그 하나는 젊은이들 패션의 확연한 구별이고, 다른 하나는 블라우스 스커트 스웨터 바지 등 정장이 될 수 없던 옷들이 패션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시장에서도 이런 단벌 옷들의 생산이 크게 늘고 이름 있는 「디자이너」들이 공들여 만든 블라우스나 스커트들이 기성복 가게를 장식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기발한 「모드」를 창안해서 유행을 리드」하는 대신 지금까지의 패턴에 치밀하고 때로는 사치한 기교를 가해서 고객의 자유로운 선택에 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 「블라우스」나 「스웨터」등 속의 옷들을 입고 선택하는 요령은 무엇일까.
이런 차림에서 첫째로 요구되는 것은 옷에 대한 「센스」 이다. 「디자이너」들에 의해 한 벌로 뽑혀져 나온 「투피스」나 「원피스」를 입던 시절에는 구누나 「핸드백」등의 「액세서리」나 신경을 쓰면 되었다. 그러나 이것저것 서로 맞춰 입어야 하는 「풋·투게더·루크」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입는 사람이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가을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열린 73∼74년 추동이「컬렉션」을 보고 난 패션전문가들은 『놀랄 만큼 새로운 것이 발견되지 않았다』 『모든 옷들이 활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어 「화려한 스포츠·웨어」라고 나 부르는 제 알맞을 것이다』 『「패션」은 정착했다』등의 표현을 하고 있다.
이런 무변화의 분위기 속에서 지적된 뚜렷한 「실루엣」은 여전한 허리선의 강조, 어깨에 넣은 부드러운 심, 무릎을 덮는 「스커트」기장 등이다. 길쭉한 편물 「가디건」과 웃저고리 대용의 짧은 「오버코트」들도 한 흐름을 형성했다. 오랜 「판탈롱」의 독주가 사라지고 「스커트」가 많이 등장한 것도 주목할만하다.
이번 가을에 옷을 새로 마련하려면 추동「모드」의 이러한 전망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두툼한 천의 주름 「스커트」와 거기 알맞은 스웨터, 겨울용의 「샤쓰·칼러」블라우스를 산다면 반코트나 긴 오버코트아래 훌륭한 겨울 차림이 될 수 있다.
빛깔은 갈색, 희색, 흰색과 깜장 등 누구에게나 무난하고 멋있는 빛깔이외에 초록, 포도주색, 핑크, 「오린지」등 예쁜 색들을 부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회색 「스커트」와 「스웨터」에 핑크빛 「블라우스」, 베이지와 「브라운」의 조화 등으로 무난하게 혹은 강한 배색으로 빛깔을 맞춰간다.
옷감은 혼방의 「트위드」나 「플란넬」, 또는 「저지」종류가 권할만하다.
기성복가게를 둘러보면 모직 혼방의 스커트가 4천원에서 8천원 정도, 「블라우스」는 소재에 따라 3천원∼8천원.
재기트는 1만원내외이다. 시장의 옷들은 이보다 반 정도로 싸지만 아직도 바느질이나 재단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유행이 없는 차림일수록 신경을 쓰지 않으면 지나치게 소박해 보이거나 구질구질해지기 쉽다. 「스웨터」나 스커트의 편안함과 유행을 안다는 경제성·실용성을 누리는 대신 입을 때에는 온갖 「센스」를 발휘하는 것이 최근의 패션경향을 소화하는 요령이다. <장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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