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지역 특성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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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 각 대학의 지역 특성화 계획은 대학의 입지 조건과 개성에 따라 그 지역별 산업적·문화적 제 여건과 일치되는 학과를 골라 중점적으로 육성함으로써 지역 사회 개발의 선도 역할을 맡도록 한다는 것이 문교부의 기본 취지이다.
공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히 우리 나라처럼 인적·물적인 대원이 크게 제한되고 편재해 있어 의욕적인 계획에 의해서 그 과정을 시간적으로 단축하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경우에는 대학과 산업과의 유기적인 관련과 상호 협력을 도모한다는 것은 필요한 발전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구미제국의 공업화 과정에서 각종 공과대학 또는 상과대학 등이 그 지역의 산업 발전과 의미 있는 관련 속에서 창설, 발전되었다는 것도 그 선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같은 특수 대학이 구미의 대학의 전부는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단과대학 (「폴리테크닉」 또는 「호흐슐레」)이지, 대학교 본래의 모습으로서의 종합 대학 (「유니버시티」)은 아니다.
더우기 구미 선진 공업국의 최근의 경향은 폭넓은 고등 교육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급증함으로써 종전까지 특수 대학으로 존재했던 단과대학마저도 거의 모두가 종합 대학으로 승격, 확충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 추세이다.
문교부가 지역 대학 특성화 계획의 제1차 연도 사업으로서 농·공·수산·해양·항공학과 등 주로 산업 연관 제 학과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것은 우리 나라 공업화의 현 수준이나 이들 제 학과의 내적인 실정으로 볼 때에 일단 수긍이 간다.
물론 그 경우에도 특성화의 기준에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그 보다 더욱 큰 문제는 제2차 연도부터 추진하기로 되어 있는 사범대·의대·약대 등 제 학과와, 그리고 제3차 연도의 계획에 오르고 있는 인문·사회 및 순수 자연과학계 대학과 그 학과들이 과연 지역에 따라 특성화할 수 있는 것인가, 또는 특성화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만일 여러 대학교의 인문·사회·순수 자연 과학계의 많은 학과가 특성화 계획에서 탈락되어 육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그렇잖아도 시설이나 교수 확보 면에서 뒤진 지방 대학의 많은 학과는 자연 폐과 될 것이요, 그것은 종합 대학교를 단과대학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고등 교육 개혁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지역 대학 특성화 계획은 그 입안자들이 정부의 경제 개발 계획·국토 종합 개발 계획 또는 산업 입지 선정 계획·장기 인력 수급 계획 등을 충분히 참고하여 연관 계획과의 종합적 조정이나 협의가 있었을 것으로 믿고싶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 예측에는 계획할 수 있는 영역과 계획할 수 없는 영역이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지역 대학 특성화 계획과 같이 대학 당국자만이 아니라 그 고장의 전 주민, 그리고 그 고장의 지역 발전에 커다란 영향이 미치게 될 장기적 계획을 세움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계획의 신중성과 신축성이 요청된다.
이점 문교 당국자는 깊이 유념하고 특히 2, 3차 연도의 특성화 계획은 졸속을 피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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