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식품가 폭등…「캐나다」에 짐승 사냥 「붐」 일으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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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경제가 기침을 하면 재채기를 할 정도로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나라가 바로 옆의 「캐나다」 .
올 들어 미국의 물가. 특히 식품 가격이 오르자 이에 질세라 「캐나다」의 물가도 마구 뛰어 시민들은 22년만의 악성 「인플레」라고 아우성들이다.
68년 4·1%, 69년 4·5%, 72년 4·8%였던 물가 상승율이 금년 들어 작년의 근 2배를 기록했다.
그 중에서 고기·생선·계란 등 단백질 공급원 값이 단연 선두 주자로 8월 한달만 해도 돼지고기는 15·4%, 쇠고기는 5·3%가 올랐으며 1년 전 1「달러」가 될까말까 했던 「베이컨」이 지금은 1「달러」 80「센트」에서 2 「달러」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형편이니 고기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이곳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고기 먹기가 어려워지자 큰 수난을 겪게 된 것이 야생 동식물들.
9월 초순부터 사냥 「시즌」이 시작되자 비싼 고기 대신 야생 동물을 잡아 배를 채우겠다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사냥총을 메고 나선 것이다.
이 바람에 야생 동물 사냥이 공전의 「붐」을 이루어 총포점과 사냥 면허를 발급하는 정부가 톡톡이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러나 사냥꾼에 가해지는 제한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야생 동물을 잡아 단백질을 채우겠다는 작전도 그리 수월한 것은 아니다.
「캐나다」에서 사냥을 하려면 사냥 면허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사냥할 짐승의 종류에 따라 그 짐승에 대한 면허증을 따로 사야한다.
또 이 두개의 면허를 가졌다고 마음대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흑곰 (2마리)만이 예외고 1인당 어느 동물이건 1마리 (1년간)씩 밖에는 사냥을 못하게 되어 있다.
그래도 주말이면 추색이 완연한 「로키」 산맥 「하이웨이」에는 「헌팅」족을 태운 「지프」·「반트럭」이 줄지어 달린다. 어쩌면 그것은 「스포츠」를 위해서라기보다 먹이를 위해 짐승을 쫓아다닌 옛 「인디언」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캐나다=이원용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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