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에 열 올리는 일본의 석유 화학 업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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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제 석유 자원전을 계기로 나타난 특징의 하나는 일본 종합 상사들의 적극적인 해외 석유 화학 「콤비나트」 진출이다.
한국의 중화학 공업 육성 시책에 맞추어 삼정 및 삼능 「그룹」이 석유 화학 분야에 진출 하려는 것도 그 한 예다.
금년 들어 일본 종합 상사가 준비하고 있는 주요 해외 프로젝트를 보면 삼정 「그룹」이 4월29일 「이란」 석유 화학 회사와 합작으로 세운 「이란-저팬·페트로케미컬」을 비롯, 태국에서도 「셸·오일」과 현지 자본 합작인 「타이·페트로케미컬」에 참여하고 있으며 주우 화학은 「싱가포르」에 상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일상암정와 삼능화성이 공동으로 「이란」에 투자할 계획이고 삼능 「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인니·호주에 진출할 계획을 하는 등 매거 할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대거 해외로 나가려는 원인은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일본 국내의 입지난이다. 일본 석유 화학 업계는 「에틸렌」 증설을 계획하고 있으나 공해 규제 강화, 주민의 반대 운동에 부딪쳐 실현이 어렵게 되고 있다.
둘째는 원료난이다. 석유 부족으로 원유를 어디서든 싸게 살 수 있던 시대는 지났으므로 이를 장기 안정 공급 받도록 산유국 및 국제 석유 자본과 손을 잡아야만 한다.
세째는 두번에 걸친 「엥」화 절상으로 교역 조건이 변화했다는 사실이다. 해외에서의 건설비나 조업비가 싸져 국내 입지 경우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졌다.
거기에다 산유국들은 원유를 그대로 공급하기보다 이를 정제하여 더 비싸게 내보내고 싶어하며 개발도상국들은 다투어 중화학 공업을 일으키려고 경쟁하고 있어 투자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 점도 있다.
일본 상사의 진출 형태는 두 가지로 대별된다.
하나는 원료 입지형. 「이란」·「사우디아라비아」·인니 등 산유국에 투자하여 원료를 확보하자는 형태다. 그러나 부대 시설을 전부 건설해야되고 시장이 좁다는 면에서 난점이 있기도 하다.
또 하나는 중간지입지형. 한국의 경우 북해도 보다 거리가 가까와 제품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쉽다는 이점이 있다. 원료 공급이 불안한 상태에 있다는 약점도 있지만-.
몇년 전만 해도 대규모 「프로젝트」인 석유 화학 분야에서는 일본 관련 업계가 협조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일본 국내의 입지난으로 시설 증설이 어렵게되자 석유 화학 업계 모 기업인 상사들은 수출 시장의 방위라는 관점에서라도 스스로 주도권 장악을 위한 각개 약진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선두 다툼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일본 상사들은 한국·인니·「싱가포르」·태국 등의 조치에 적극 호응하는 듯 우선 기득권 확보 수단으로 투자 계획을 짜고 기초 조사를 하고 있지만 마지막 조인 단계에 가면 투자 계획 자체가 무모하여 슬쩍 뒷걸음질 칠 「케이스」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일본 업계의 관측이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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