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는 소주 한잔하게 하소서|오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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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월에는 죽는 자들이 깨끗이
죽게 하소서.
깨끗이 죽어서
우리에게 쓰레기를 치우는 고통을
없게 하소서.
골목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소리가
우리의 짧은 잠을 깨우고
창문을 깨우고 이슬을 깨우고 달빛을
깨우고
마지막에는 밤과 하늘까지 깨우는 소리가
되지 않게 하소서.
10월에는 산 자들이 홀로
사색하며 잠들며 그 사색의
편협한 소로와 의견을
만나게 하소서.
소로에서 그리고 방구석에서
10월에 죽을 자와 친하고 10월에
죽을 자와 농담할 여유가 생긴 사람은
용산이나 광화문에서
나와 소주 한잔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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