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우승자는 저 뒤에 … 윤성빈, 금빛 스켈레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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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

스켈레톤 대표팀 막내 윤성빈(20·한국체대)이 국제대회 정상에 올랐다. 썰매를 접한 지 불과 19개월 만에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따라잡았다.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한 달 후 소치 겨울올림픽 메달권 진입도 기대할 만하다.

 윤성빈은 7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휘슬러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3~2014 대륙간컵 6차 대회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45초73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월드컵 다음으로 권위 있는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건 그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6~7일 대륙간컵 1·2차 대회에서 연속 은메달을 따낸 윤성빈은 한 달 만에 세계 정상까지 점프했다. 이 대회에는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존 몽고메리(캐나다)를 비롯해 세계 16위 알렉산더 가즈너(독일) 등이 출전했다.

 스켈레톤 불모지에서 온 스무 살 청년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윤성빈은 스타트부터 자신 있게 치고 나갔다. 매 구간 가장 좋은 기록을 낸 윤성빈은 1450m 트랙을 52초88(1차), 52초85(2차)에 주파하며 1위에 올랐다. 2위 안톤 바투예프(러시아·1분46초27), 3위 알렉산터 무토빈(러시아·1분46초40)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윤성빈은 2012년 여름까지만 해도 스켈레톤을 전혀 모르는 평범한 고3 수험생이었다. 그러나 체육교사의 권유로 스켈레톤이라는 ‘운명’을 만난 윤성빈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남다른 근성으로 기술을 배웠고,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하루 여덟 끼를 먹으며 살을 찌웠다. 1년여 만에 체중은 13㎏이 늘었고, 기량도 쑥쑥 올라갔다. <중앙일보 2013년 12월 20일자 30면>

 그는 썰매를 처음 탄 지 3개월 만인 2012년 9월 국가대표로 뽑혔다. 스켈레톤 초보가 태극마크를 단 것도 기적이었지만 윤성빈의 성장 속도는 최고 시속 140㎞인 스켈레톤만큼이나 빨랐다. 지난해 11월 아메리카컵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내 처음으로 시상대에 올랐고, 12월 대륙간컵에서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조인호 스켈레톤 대표팀 코치는 “윤성빈은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깨닫는 선수다. 국제대회에서 워낙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다른 나라에서도 윤성빈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7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회장배 전국남녀 스피드스케이팅대회 여자 일반부 500m에서 38초11로 우승했다. 조 추첨에 따라 혼자 레이스를 펼친 이상화는 지난해 10월 같은 장소에서 치른 종목별선수권(37초74)보다 0.37초 뒤진 기록을 냈다. 그러나 이상화는 기록보다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 점검에 초점을 맞췄다. 이상화는 “올림픽 준비를 만족스럽게 하고 있다. 자신감을 갖되 편하게 소치 올림픽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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