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탁해졌는데 정부 장밋빛 전망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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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7일 남산 N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가 스모그로 뿌옇게 흐려져 있다. 이날 서울의 미세먼지 일평균 농도는 ㎥당 80㎍을 초과해 지난해 연평균의 1.8배를 기록했다. [박종근 기자]

‘회색 재앙’이라는 중국발(發) 스모그의 공습이 잦았던 지난해 서울지역의 미세먼지(PM10) 오염도가 2012년보다 나빠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로 2007년 이후 5년간 오염도가 꾸준히 개선됐으나 6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3년 서울지역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당 45㎍(마이크로그램, 1㎍=100만 분의 1g)으로 잠정 산출됐다. 이는 2012년의 41㎍보다 높아진 것이다. 연평균 오염도 수치는 데이터 검증 과정을 거쳐 올 상반기에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2012년과 비교하면 지난해 1, 3, 12월의 오염도가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중국발 스모그의 영향으로 지난해 1월(월평균 64㎍)과 3월(55㎍)에는 서울에서도 각각 6일 연속으로 스모그가 나타났다. 12월(55㎍)에도 4일 연속 스모그가 발생했다. 중국에서 날아온 오염물질과 수도권에서 발생한 자체 오염물질이 합쳐지고 여기에 대기 정체 같은 기상현상이 가세한 탓이다.

 지난해 8월(35㎍)에도 미세먼지 오염도가 2012년 8월(22㎍)보다 높았는데, 이는 8월 강수량(148.6㎜)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대기개선팀 관계자는 “2012년의 기상 여건이 특별히 좋았기 때문에 2013년 오염도가 다시 높아진 측면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지속적인 감소 추세”라고 주장했다. 2012년에는 황사가 11월에 한 차례만 관측된 데 비해 지난해에는 3월에 세 차례 황사가 관측됐다.

 2007년(61㎍) 이후 5년 연속 하락했던 오염도가 2013년부터 다시 증가함에 따라 순조롭게 추진될 것으로 보이던 ‘제1차 수도권 대기질 개선 대책(2005~2014년)’의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설정한 개선 대책의 목표는 2014년까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를 40㎍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동종인(환경공학) 교수는 “현재로서는 올해 40㎍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토교통부가 (유가보조금까지 지급하면서) 경유 택시를 허용한 것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경유차는 몇 년간 운행하면 오염물질 배출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지난해 미세먼지 오염도가 6년 만에 높아졌는데도 정부는 장밋빛 목표치를 최근 제시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는 1일 2차 수도권 대기 개선 대책(2015~2024년)을 발표하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미세먼지 연평균 오염도를 2024년까지 30㎍으로, 초미세먼지(PM2.5) 오염도는 20㎍으로 낮추겠다고 천명했다.

 정복영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장은 “오염도가 높아진 원인을 자세히 분석해 목표 달성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미세먼지는 자동차와 공장에서 직접 배출되거나 노천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기도 하고,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서 뭉치면서 미세먼지가 되기도 한다. 미세먼지는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며, 혈관에 침투해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0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강기헌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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