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년도 예산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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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27일 74년도 일반예산규모를 8천6백27억원으로 확정하여 국회에 제출한다.
예산규모의 팽창률은 전년비 30.8%에 이르러 새로운 적극재정자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의 예산안 편성과정에서는 예산 편성지침이 사전에 공개되었고, 각 부문 계수가 그때마다 보도됨으로써 국민들은 예산안의 성립배경과 내용, 그리고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때문에 예산편성과정에서 여론과 예산당국간에 대화가 부분적으로나마 이루어져 보다 이해가 많은 예산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74년도 예산안은 그 편성과정이 공개되지 않은 채 총 규모와 대 항목만이 확정 공표된데 불과하여 국민들의 예산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74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어느 정도 조정될 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그 동안 협의할 만한 곳에는 충분히 협의한 것이라 하므로, 정부안이 별 손질 없이 국회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보아 큰 잘못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예산안은 행정부안이 확정됨으로써 사소한 손질이 가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성립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행정부 스스로가 74년도 예산안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잘 처리해서 안정과 성장이라는 정책기조를 유지시켜 주어야 할 것이며 국민, 특히 저소득층의 생활문제를 따뜻하게 보살펴야 할 것이다.
우선 근자의 물가정세 및 통화금융동향과 새해 예산안이 어떤 관련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해서 깊은 검토를 가해야 한다. 국제「인플레」압력의 가중, 고율투자정책의 여파 등 물가요인이 예산상의 실질적인 적자요인과 어떻게 관련되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 양곡관리 특계 적자의 엄청난 누적, 경제발발특별회계 폐지에 따른 재정지출의 금융전가, 비료계정적자의 재정부담, 그리고 재정차관예탁금 수입으로 계상한 7백67억원의 적자화 가능성, 73년도 조세수입결함 예상에 따른 이월부담 등 오인이 통화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행정부는 스스로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재정규모팽창률이 30.8%라면 물가상승률을 정부방침대로 3%로 가정할 때, 실질재정팽창률은 28%나 된다. 이러한 팽창률로 말미암아 조세부담률이 급속히 늘어나게 될 것인데, 늘어난 조세부담이 물가에 반영되는 문제를 적절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또 재정규모팽창 액 2천33억원 중 투융자증가분은 30%수준인 6백14억원 뿐이다.
그러므로 나머지 1천4백19억원은 재정소비 증가를 위한 예산 팽창이라고 하겠는데 물가상승률 3%를 전제로 할 때, 실질재정소비의 증가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아닌지 충분한 재검토가 있어야 하겠다.
중화학공업건설을 위한 내자 소요액은 계속 늘어나는데 민간저축과 상충관계에 있는 조세증수를 통하여 동원된 추가자금이 70%나 재정소비지출로 처분된다면 결과적으로 국민저축규모를 축소시키는 것이 아닌지 생각할 문제다. 물가가 안정되어 있는데 일반 경비지출이 어째서 32.7%씩이나 늘어나야 하는지 국민은 의아해 할 것이 아닌가.
끝으로 우리는 조세부담률이나 조세수입계획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으나 경기동향, 물가동향에 따라서 세출을 신축성 있게 조정해 주기를 바란다. 조세법률주의가 지켜지는 한 세금은 예산보다 더 걷힐 수도 있고 덜 걷힐 수도 있는 것이므로 물가문제 경기문제를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이 시점에서는 오히려 행정부가 세입 변동에 대응한 세출삭감순위를 예상해 두라고 권고하고 싶다.
경기가 매우 좋은 반면 예산규모가 축소 책정된 올해 예산에서도 큰 조세수입결함이 예상되는 것이라면, 예산규모가 30.8%나 늘어난 74년도 예산에서는 이 문제를 대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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