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씨 사건으로 일본의 일부 언론, 정당 측에서 우리정부와 자기네 정부에 걸쳐 논난과 공박이 심한 양상이 보이고 있는가 했더니 우리 국회에서도 정부에 대해서 사건의 조속한 처결과 대일 관계의 우리측의 응분 적절한 조치를 촉구한바 있었다. 국민으로서 볼 때 구 한국말 을사 보호조약전의 국정을 상기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당시 노·일·청이 이 땅을 놓고 각축하던 꼴이 다시 눈앞에 선히 나타나는 것만 같다. 오늘날 소련·중공·미국·일본 소위 이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나라가 처해야 할 길은 현 정부가 명시하고 있어서 과거의 전철을 다시 밟는 일이야 만무하겠다. 그러나 시대의 진운이 어떠니, 강대국의 세계정책이 어떠니 해보아도 그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세력팽창을 시도하려는 잠세는 의연히 청산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구를 품는다 해서 아무도 기우라고 웃지는 못할 것 같다. 전일과 같은 영토적 야욕은 부릴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못지 않은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니 두말할 것 없이 경제적·물리적 압력인 것이다. 김대중씨 사건이 저네 주권을, 침해했느니 하여 경제협력을 끊자고 하는 폭언이 마구 튀어나온다는 것이 바로 그러한 소식을 전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 지구 위에서 2천수백년동안 계속해서「가다나」(도)정치를 해온 민족으로서 일본을 능가할 민족이 있어 왔는가. 듣건대 검술에서는 상대에 자기의 헛점을 보여서는 안 되는 동시에 상대의 헛점을 노리고 그것을 놓쳐서는 이기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한 습속에 젖어서 생리화해 버린 일본인들은 남의 장점을 결점보다 먼저 살피려는 관용의 덕은 부족하고 남의 허점이나 결점을 의식·무의식간에 직각적으로 관취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직각적 특성이 지혜롭게 덕기있게 나타나기보다는 감성적으로·감정적으로, 그것도 발끈하게·성급하게 폭발하고 만다. 필자가 기자생활에서 얻은 일개의 이상이라 할까, 신문기자는 모름지기 세계의 첨단을 걷는 국제적 신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아직도 잘못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다. 오늘날 국제형편을 보면 공법이든 ,사법이든 모든 국제법의 기존질서는 개인이나 단체의 고의여부 없이 붕괴과정에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시효에 걸린 전당포 같다고나 할까. 「아랍·게릴라」나 일본의 적위대군속은 고사하고라도 월세계에 우주정거장이 완성되는 날에는 내정간섭이니, 기밀누설이니, 현존의 국제사법 따위도 단속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주일한국대사관 1등 서기관 모가 가담했는거로 호랑이나 잡은 듯 야단이지만 공무원의 자격으로선지, 개인의 신분으로선지, 또는 사실 가담 했는지의 하등의 여부조차 법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터에 소위 세계수준에 올라 있는 일본의 일부 신문·잡지들이 그러해서야 되겠는가 싶어 한심한 느낌이 든다. 일본 일부 언론은 한번 역지사지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1083)감정의 노예 된 일 일부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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