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전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 황보영, NHL 홈피에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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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대에서 애국가를 처음 들었던 때를 잊지 못합니다.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 대표로 활동했던 탈북자 황보영(35·사진)씨가 북미 아이스하키리그(NHL) 인터넷판에 파란만장했던 자신의 삶을 털어놓았다. NHL은 5일 황보씨를 ‘탈북자들의 희망’이라고 소개하는 일요판 특집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그가 애국가를 들으며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낀 대회는 2005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주최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4부 리그. 한국팀은 당시 국제대회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1년 전인 2004년 슬로베니아 대회에서 한국팀은 5전5패 했었다. 그는 “한국에서 선수로 활약할 수 있었던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황보씨는 북한에서 어릴 때부터 체조를 했다. 12세 때 아이스하키 감독에게 발탁돼 함경북도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하다 가족과 함께 북한을 탈출했고 중국을 거쳐 1999년 서울에 정착했다. 한국에서 곧바로 하키를 다시 시작했지만 탈북자라는 꼬리표는 늘 따라붙었다. 온갖 어려움 끝에 그는 한국 대표팀 주장까지 맡았다.

 그는 2003년 일본 아오모리 겨울 아시안게임의 아픈 기억을 잊지 못한다. 남북 대결이 끝난 뒤 북한 선수들에게 손을 내밀며 인사했지만 외면당했다. 그는 “가슴이 찢어졌죠. 저를 배반자라고 비난했어요”라고 했다. 황보씨는 2011년 선수 생활을 은퇴한 뒤 치과 위생사로 일하면서 밤에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하키팀을 지도하고 있다. NHL은 황보씨가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아이스하키 대사’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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