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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 아시아 인프라시장, 한국엔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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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마틴 트리코드
한국HSBC은행장

인프라 지출이 장기적으로 세계 무역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 중공업에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나온 HSBC 글로벌 커넥션스 보고서는 인프라 관련 무역이 지금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9%씩 증가하고, 향후 17년간 인프라 관련 총지출이 세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인프라 증가 효과로 글로벌 무역은 2015년까지 점차 성장하다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성장세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성장률 예상치가 4% 이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인프라 분야는 암울한 경제 상황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망이 밝은 분야라 할 수 있다.

 인프라 프로젝트에 필요한 재료와 생산 증대에 필요한 설비를 모두 포함하면 인프라 관련 무역이 글로벌 상품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45%에서 2030년 54%로 늘어난다. 아시아 국가들은 선진국이 앞으로 아시아 성장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따라서 미래 성장을 위해 역내에서 유기적인 시너지를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가 간의 물리적인 연결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 중산층의 경제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한 여러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태국의 철도, 미얀마의 항구, 인도네시아의 교량, 말레이시아의 터널 등 동남아시아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가 대부분 교통과 관련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견조한 경제 성장률과 높은 저축률을 기록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인프라 개선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아시아의 성장국들은 시멘트, 콘크리트 철근, 동력 터빈 등 산업화의 첫 번째 단계에 필요한 구성 요소인 인프라 기본재에 대한 수요를 계속해서 주도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의 보다 부유한 국가들은 가치 사슬(value chain)의 윗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기계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기본 재화와 제조 장비의 가장 큰 수입국은 미국이다. 그러나 HSBC는 2020년에는 미국이 두 분야에서의 주도권을 잃을 것으로 전망한다. 인도가 인프라 관련 재화의 최대 수입국, 중국이 설비투자 최대 수입국으로 각각 부상할 것으로 본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은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의 역할을 크게 넓힐 수 있을 거라 판단한다. 인도의 ‘2013~2017년 5개년 계획안’에는 인프라 관련 지출을 1조 달러 이상으로 지금보다 두 배 늘리고, 그중 절반 이상을 민간 투자로 유치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중국은 인프라 투자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의 비중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임금은 상승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자동화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될 뿐 아니라 더 부유한 소비층이 형성되어 고부가가치 상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아시아 이머징 마켓은 글로벌 경제의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다. 이들 국가에서 무역을 활성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세계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틴 트리코드 한국HSBC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