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살인동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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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성동구에서 일어난「택시」강도살인사건은 16세 소년의 단독범행임이 밝혀졌다.
지난8일 밤에도 10대의「택시」강도미수사건이 있었다. 또 하나의 10대의 살인사건이 일어 날 뻔했다.
16세 소년은 검찰에서 자백을 마친 다음에『몹시 괴롭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너무나도 어른스러운 말투다. 16세란 아직 그런 말을 쓸 수 있을 만큼 성숙되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범행의 동기에 대해서 그는『먹고싶은 것과 입고 싶은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 말하고 먹고싶었던 것 중에서 포도·쌀밥·「사이다」을 꼽았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훨씬 16세다운 말이다. 잔뜩 악에 물든 다음에도 그의 행위와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도 소박하고 앳된 것들이었음에 틀림없다.
사람들은「사이다」한 병을 위해 살인을 예사로 하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고 개탄할지도 모른다. 실상 끔찍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16세 소년은「카뮈」의『이방인』에 나오는「무르소」처럼『눈뜬 악인』은 못된다.
「무르소」는『아무 까닭도 없이』살인을 한 자기의 행동을 악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그것은 악이 무엇인지를 전혀 몰라서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16세 소년은 악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저 욕망에 충실하려는 벌거숭이 인간의 본능과 행동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서도 그런 본능에 이끌리는 대로 행동하는 게 꼭 악이 된다고 그 소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소년의 눈에 비친 세계는 누구나 욕망충족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욕망충족을 위한 어른들의 행위과 자기의 행위사이에서 어느 질적인 차이를 찾아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는『몹시 괴롭다』고 말했다. 그 말도 언젠가 어느 신문에선가 부정을 하다 잡힌 어느 어른이 한말을 본 뜬것인지도 모른다.
정말로 괴롭기에 괴롭다고 말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는 그저 너무 일찍 어른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그의 유일한 죄라면 죄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다른 애들처럼 부모와 함께 거리를 거니는 것이 가장 큰바람이었다』. 이렇게 그는 말하기도 했다.
역시 그도 다른 소년들과 조금도 다른 데가 없는 것이다. 부러움이 시기와 원망으로, 그리고 또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적대심으로 바뀌어져 가는 동안 단 한번도, 그 어느 것도 그의 이와 같은 경사를 제어하는 것이 없었다.
그것은 이의 잘못은 결코 아니다. 그는 어디를 가나 하나의『잉여 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는 악은 자기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런 그를 사람들은 단순한 감상적인 인도주의로 감싸려한다. 그 소년보다 더 끔찍한 범죄에 대한「알리바이」 를 내세우는 것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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