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한 영등포 구치소장 백흥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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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반평생이 넘는 37년 동안을 수형자 아닌 수형자 생활을 하며 재소자들의 교정에 봉직해 온 백흥수 영등포 구치소장(57)이 25일 퇴임했다.
『지난번 일부 교도소에서 비위사실이 밝혀졌을 때 내일처럼 가슴 아프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고 실추된 교도관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후진들에게 승진의 기회를 주어 똑같은 비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 스스로 사표를 썼습니다.』
퇴임의 변을 말하는 그는 이번에 함께 퇴임한 서울구치소강 이원활씨, 부산교도소장 서기석씨, 대구교도소장 박장규씨 등이 모두 이심전심이 되어 함께 사표를 냈다는 것.
오랜 영어의 생활로부터 특사, 혹은 가석방의 혜택으로 많은 재소자들을 높은 담 밖으로 내보낼 때의 기쁨과 그들 중 재범을 저지르고 다시 들어올 때의 슬픔 등 인생의 절실한 희비를 수없이 맛보았다는 그는 특히 6·25동란 중 법무부 형무과장과 자재과장으로 있으면서 그 어려운 시기에 재소자들의 급식과 의류문제 등을 해결해낸 것이 제일 인상에 남는다고 옛 일을 되새겼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출생한 서울 토박이. 2남 3녀의 아버지인 그의 취미는 독서. 퇴임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부인 장낙봉 여사(49)와 미국에서 「인턴·코스」를 밟고 있는 장남 낙윤씨로부터 『무거운 짐을 놓게 되어 축하한다』는 첫인사를 받았다고 말한다.
37년간의 교정직을 용퇴한 그는 바로 갱생보호회 참사직으로 형여자들의 계도와 보호를 계속 맡아 남은 삶을 보람있게 보내고 있다. <고정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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