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 반격 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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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6강전>
○·구리 9단 ●·안성준 5단

제13보(129~136)=중국 바둑이 우리보다 잘 하는 것은 ‘포진’입니다. 전투 능력은 한국도 훌륭합니다. 하나 초반이 잘못되면 본의 아니게 불리한 전투를 감행하거나 무리하게 버티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요. 지난해엔 그런 패턴의 패배가 참 많았습니다. 이 판은 초반부터 안성준 5단이 앞서 나가는 바람에 상대방인 구리 9단 쪽에서 무리하게 전투를 걸어오는 상황입니다. 그걸 잘 받아쳐 우세는 더욱 확고해졌지요. 구리는 포진에 관한 한 세계 최강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처럼 나무 위에서 떨어질 때도 있네요.

 그러나 안성준의 흑▲는 심했습니다. 이 수에 백은 ‘참고도1’처럼 받아줘야 할 것 같지만 그건 앉아서 지는 길이지요. 8까지 선수로 틀어막히고 10으로 갈라진다면 손 쓸 기회도 없이 주르르 끝나고 마는 겁니다. 프로라면 받아줄 리 만무하지요. 구리는 즉각 백△로 반격해 130, 132로 맥점을 연발하며 판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박자가 척척 맞아 떨어지는 수들이라 흑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흑▲로 왜 이 쪽을 지켜두지 않았는지 후회스러운 대목이지요.

 134에서 흑은 더 이상 받지 못하고 135로 불을 끄려 합니다. ‘참고도2’ 백1로 살려내면 흑2로 두어 중앙 흑을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큰 사건만은 막으려는 거지요. 하지만 구리는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기에 136에 붙여 A를 노립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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