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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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사들에 의한 사고가 잦다. 경제활동이 번잡스러워지면서 이런 사고는 여러 면에서 나타나고있다. 「보일러」가 폭발하는가하면, 「빌딩」을 짓던 기사가 떨어지기도 한다. 자동차 사고도 역시 기사의 부주의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 어느 경우나 예외 없이 인명의 살상을 동반하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어줍잖은 물질문명이 횡포를 부리는 것 같아 두렵고 불안하다. 언제 어디서 뜻하지 않은 일이 돌발할지 모른다. 지하도가 무너질 것도 같고, 버스가 뒤집힐 것도 같다. 전기가 깜빡거려도, 혹시 누전으로 지붕 어느 구석에서 불이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식빵을 한 조각 깨물면서도 이 속엔 무슨 독물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때가 있다. 모두 기술, 아니 그것을 행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기술이란 물질계를 움직여 자원을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연구하고 개발하며 설계·제조 또는 설치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자원을 합리적으로 개발·가공한다. 또는 운전조작 등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 목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인류의 생활향상에 기여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기사에겐 인명의 안전과 존중보다 더 귀중한 목적은 있을 수 없다. 물질만을 위한 기술, 기술만을 위한 기사라면 그까짓 인명의 희생은 무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추락은 할지라도 성능은 좋은 항공기, 탈선은 할지라도 빨리 가는 열차 따위는 인간의 양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물질을 다루는 기사들이라도 그런 인간의 양식을 버려도 좋다는 관용은 어느 세계에서나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멸과 저주를 받아 마땅하다. 가령 자동차를 만들 때 기사는 그 속도와 쾌적에 앞서 사고방지를 첫째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런 윤리관은 모든 기사에 있어서 절대의 사명이다.
역시 열차를 움직이는 운전기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열차가 아무리 안전하게 만들어 졌어도, 인격과 양심이 없는 그 물체의 덩어리에 자의식을 불어넣는 것은 그것을 움직이는 인간이다. 이때의 인간이란 그것을 움직일 줄 아는 기사를 뜻한다. 기사가 기술을 발휘하는 것은 물체의 인격을 대행하는 행위이다..
영동의 유조 열차 전복사고는 기사의 무책임에서 비롯된 한 예이다. 이 사고는 무려 30명도 훨씬 넘는 인명피해가 일어났다. 그 열차를 움직이던 기사는 역구내에 접근하면서도 과속을 유지했다고 한다. 직항「레일」도 아닌 회전「레일」을 그런 과속으로 달릴 때 열차가 탈선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이 장난감 열차를 가지고 놀 때도 그런 현상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도덕적인 정신을 수반하지 않는 물질문명이 얼마나 가공하고 무책임한가를 이 사고는 비극으로 연출시켜주고 있다. 맹목적 성장주의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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