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공산권 문호개방의 큰 진전|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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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소련 정부의 「유니버시아드」대회 한국선수단 38명에 대한 입국「비자」발급은 비록 국제대회참가를 위한 조치이긴 하나 정부의 대 공산권 문호개방 정책의 한 큰 진전으로 평가된다.
한국여권소지자에게는 금단의 땅이었던 소련은 올 들어 그 좁은 문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5윌 연극인 유덕형씨가, 경제인 김용완·전택보씨가 들어가는 등 예술·경제·체육 등 비정치적 문호의 틈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도 한국인 이광수(「뉴요크」주립대 교수) 김영배(남가주대 교수) 김호길(「메릴랜드」주립대 교수)씨 등 재미교포들이 소련에 들어간 일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 경우는 미국의 여권이나 여행증명서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 한국국민의 입국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이번이 체육인의 소련입국으로는 처음이다. 처음치고는 규모나 「타이밍」에서 상당히 화려한 편이다.
소련이외의 동구권 국가의 경우는 「유고」를 비롯해 「체코」「불가리아」「폴란드」에 선수단 또는 체육관계임원들이 13회나 들어간 적이 있다.
동구권 국가는 대개 외교적인 「어프로치」에서 소련의 「패턴」을 따르기 때문에 이번 「유니버시아드」선수단의 「모스크바」행을 계기로 우선 비정치적인 차원에서의 동구권의 대한문호는 좀더 넓어지리라 기대된다.
미승인 국간의 교류가 인도적 교류→비정치적 교류→정치적 교류의 단계를 밟는다면 이제 소련과의 교류는 비정치적 교류의 문턱을 넘은 것쯤으로 볼 수 있다.
70년대에 들어서 외교관들간에 개인적으로 호의를 표시해오던 소련은 작년 7월 억류 중이던 동성호의 문종하 선장을 조기석방, 공식적으로 호의적인 신호를 보이기 시작했었다. 다만 소련을 비롯한 공산국가와의 접촉은 남북한이 대치하고있다는 결정적 저해요인 때문에 우리의 노력만큼의 결실이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6·23선언으로 방향을 확고히 한 우리의 대 공산권 문호개방정책에는 동구권으로부터도 호의적인 신호에 접해있다. 그러나 아직 수교라는 결실을 맺기에는 많은 굽이와 세월을 넘어야할 것 같다. <성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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