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더위도 오기 전에 선을 보이는 「나일론」참외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소란을 피우는 「에어컨」속에서 여름철의 더위를 후련하게 씻어주는 시원한 추억들… 거기에는 많은 아쉬움과 함께 사라져버린, 이미 찾을 길 없는 애석함이 있다. 냉장고속이 아닌 손이 시리도록 차가운 우물물 속에 둥둥 띄워 놓고 맛보던 탐스럽고 시원한 개구리참외의 맛. 거기에는 계절 속에 무르익은 여름의 낭만과 멋이 있었다.
또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 밤엔 웃통을 훌훌 벗어 던지고 그 차갑고도 저린 우물물로 서로 등물을 끼얹어주던 목멱(목물)감던 일을 빼놓을 수는 없다. 우물물을 끼얹는 순간의 발끝까지 저려 오는 감각 속에서 우리는 짜릿한 한여름의 쾌감을 맛보곤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