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공동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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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1일부터 2일간 「워싱턴」에서 열렸던 미·일 수뇌정상회담의 공동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원래 공동성명서라는 것은 조약이나 협정문처럼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밝히거나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것이 갖는 정치적 의의는 적지 않다는데서 주목되는 것이다.
이번의 미·일 수뇌회담은 『미·일 관계의 분수령』이라고 해야할 작년 9월의 「하와이」 수뇌회담 이후 극적으로 변화한 국제정세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일·중공 관계 정상화, 월남 휴전, 미·중공 관계의 진전,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사태의 전개, 미·소 정상회담 등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 동안 「오끼나와」의 반환을 비롯해서 미·일 간의 무역불균형이 차차 개선되고 수입과 자본의 자유화 진척 등 현안문제가 해결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수뇌회담은 전후 미·일 관계의 역사상 특별한 협상조건이 별로 없던 회담이었다 할 수 있다.
미·일 수뇌회담과 더불어 우리의 관심사는 국제정세의 변동, 특히 한반도를 위시한 동 「아시아」의 새로운 정세전문에 대한 미·일 양국의 입장이 어떤 것이며 그들이 수행할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공동성명서는 한반도에서 일어난 새로운 사태발전을 환영하고 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승진시키는데 기여할 용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일 안보조약은 그것이 계속 「아시아」 안보의 중요한 요소이며,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 적절한 군사 저지력을 유지할 것임을 다짐했다. 지난날 미·일간에는 의사소통의 결여 및 상반된 이해관계가 얽혀 양국간의 문제에서는 물론 국제문제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도 상당한 견해차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한반도문제와 미·일 안보조약에 관한 한 긴밀한 협조관계를 변함없이 다짐하고 있는 것은 크게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문제에 관해 미·일 양 수뇌는 69년이래 반복되어온 『한반도의 안정이 일본의 안보에 직결되어있다』는 관례적 표현을 피하고 이 대목이 이번 공동성명서에서 빠져있다.
그러나 양 수뇌가『한반도의 새로운 사태발전』을 환영한 것은 지난 3년간의 남북대화를 비롯해서 통일외교와 대「유엔」대책을 일대 전환시킨 6·23특별선언을 지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른바 4강 시대와 더불어 동 「아시아」에서 감도는 미·일간의 계속협조 「무드」는 한반도의 균형과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물론 동 「아시아」의 균형과 안정을 위해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언제나 긴요한 것은 미국의 절대적인 역할이다. 이런 뜻에서 미국은 동 「아시아」에서의 책임을 벗어나거나 그 책임을 일목에 대체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파워·폴리틱스」의 발상에 따른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에 있어 미국 없는 그것을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일 수뇌회담과 때를 같이해서 미국이 일본으로 하여금 대 한군원을 일부 대체시킨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사실여하간에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전기한 논리에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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