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달러를 내 놓아라|협박 편지 받은 솔제니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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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벨 문학상 수장작가이며 이혼과 재혼, 빈부문제 등으로 계속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소련의 알렉산드로·솔제니친이 최근 연이어 2통의 무시무시한 협박편지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모스크바의 반정부적인 소식통들이 최근 소련으로부터 서방 세계에 망명한 알렉산드로 예세신·볼핀에게 국제전화로 알려옴으로써 밝혀졌는데 이에 따르면 지난달 솔제니친은 익명의 협박자로부터 『10만 달러를 모스크바 중앙전신국의 어느 곳에 갖다놓지 않으면 매우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협박편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뒤이어 이 달 초 솔제니친은 두 번째 협박편지를 받았는데 그 내용은 『귀하가 우리의 첫 편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커다란 잘못이다. 우리의 요구를 곧 이행하지 않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무서운 일이 귀하에게 발생할 것』이라고 되어 있다는 것이다.
협박·공갈·금품갈취 따위가 소련사회에서 비정상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모스크바 지식인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이야기 가운데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스탈린 집권 시대의 관료 가운데 한 사람이 두 여성과 동시에 성 관계를 가진 일이 있는데 이를 알게 된 협박자들이 그 관료에게 금품을 요구, 관료는 이들의 요구에 응하려 했으나 마침내 실패하자 협박자들은 그 성관계 장면을 찍은 사진을 국외로 유출시켜 그 각료는 치욕적으로 해고 됐다는 것이다.
이번에 솔제니친이 받은 협박편지 속의 금품요구가 루불이 아닌 달러로 돼 있는 것도 비정상적인 일인데 이것은 이 사건에 KGB(소련비밀경찰)가 관련돼 있을는지도 모른다는 모스크바 반정부적인 지식인들의 의혹을 더욱 뒷받침 해 주고 있다. 예세신·볼핀은 만약 솔제니친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 경우 그것이 소련 당국에 의한 것이 아니고 협박자들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노출시키기 위해 그러한 협박편지가 솔제니친에게 보내졌을 것이라고 암시한다.
솔제니친 협박편지의 배후에 대한 추측이 이처럼 비약하고 있는 까닭은 최근에 이르러 소련신문들이 그에 대한 비평을 더욱 날카롭게 가하고 있으며 그의 치부에 대한 비난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에는 KGB와 긴밀한 유대가 이루어 지고있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는 노보스티 통신이 이에 대한 한 소련작가의 기고를 발표, 뉴요크·타임스에 번역소개 되기도 했다.
뉴요크·타임스는 뒤이어 솔제니친의 친구이며 현재는 런던에 체류중인 저명한 소련생물학자 조레스·메드베데프의 반박문을 실었으며 이에 대해 솔제니친의 전 부인이었던 나탈리아·레세토프스카야는 즉각 메드베데프를 비난하는 글을 발표했는데 이때 레세토프스카야는 KGB의 사주를 받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이 나돌았었다.
솔제니친은 작년 말 워싱턴·포스트 뉴요크·타임스 기자들을 만나고 자신이 계속되는 괴로움 속에 접해 있다고 말한바 있는데 이번의 협박편지 사건이 추측 그대로 외부의 거대한 압력이 작용되어 있는 것이라면 그의 안위가 심각한 위협에 처하게 될는지도 모른다.<워싱턴 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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