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 없는 천사 어김없이 오셨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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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이 30일 오후 ‘얼굴 없는 천사’가 주민센터 천사비 앞에 놓고 간 성금함을 옮기고 있다. [전주=뉴스1]

몰래 성금을 놓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30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5분 40~50대 남성이 전화해 “천사비 뒤에 성금을 두고 가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천사비란 매년 연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성금만 놓고 가는 이 독지가를 위해 2009년 주민센터 앞에 세운 비석이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천사비 옆에 놓인 A4용지 상자 안에서 5만원권 지폐 4900만원과 동전 24만6640원 등 4924만6640원과 A4용지 한 장을 발견했다. 종이에는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어렵더라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귀가 프린터로 인쇄돼 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는 이런 식으로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2000년 58만4000원을 시작으로 매년 성금을 보냈다.

올해까지 보낸 돈이 총 3억4699만7360원이다. 대부분 성탄절 직전에 기부했지만 올해는 지난 29일까지 소식이 없어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 중앙일보 12월 30일자 18면

 전주시와 노송동은 독지가가 전달한 돈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직접 전달하거나 쌀·연탄 같은 생활필수품을 사서 나눠주고 있다. 또 얼굴 없는 천사를 기리기 위해 천사비를 세우고 주변의 270m 도로에 ‘얼굴 없는 천사의 거리’란 이름을 붙였다. 이남기(58) 노송동장은 “천사가 전달한 돈을 바탕으로 내년 설과 추석 때 지역 소년소녀가장 및 소외계층 세대에 각 10만원씩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권철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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