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지변 때 「제2의 비상망」|전국적인 「아마추어」 무선 봉사 통신망 조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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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전국적인 「아마추어」 무선 봉사 통신망이 조직되어 천재지변 등으로 공공통신 기능이 마비되었을 때 신속한 인명 구조 및 재해 구호 활동을 벌이게 되었다.
「적십자 비상 통신망」이라 불리는 「아마추어」 무선 봉사 통신망은 「아마추어」무선사만으로 전국 34개 지정국과 64개 보조국으로 구성, 여름철의 물난리·태풍·해일, 겨울철의 등반 사고 및 눈사태 등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 「아마」무선국간의 긴밀하고 신속한 연락으로 인명 구조와 약품·혈액·의료반의 요청 등 구호 활동을 벌인다는 것.
한국 「아마추어」 무선 연맹 (KARL 이사장 조동린·서울 종로구 장사동 182의 9)은 대한적십자사의 요청으로 이미 전국적인 봉사 통신망을 조직하고 앞으로 닥칠 수재에 대비, 13일 현재 훈련중이다.
봉사 통신망은 서울의 KARL 부이사장 박성근씨 (46·호출 부호 HMIAQ)를 「키·스테이션」으로 서울의 19개소와 부산·인천·시흥·영월·대전·금산·청주·광주·전주·진주·울산·대구·영덕 등 지방의 15개소 등 모두 34개 지정국을 고정 배치시키고 그밖에 단파수신자를 포함한 64개 보조국으로 조직돼 있다.
이들 각 지정국과 보조국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키·스테이션」인 박씨에게 타전, 박씨는 이 사실을 적십자사 본사에 알리면 본사는 즉시 봉사 통신망을 이용, 해당 지역 지사에 지시하여 신속한 구조와 구호 활동을 벌이게 된다.
또 이 통신망은 큰 화재나 교통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환자의 수송을 요청하거나 환자에게 수혈할 피를 모으는데 쓰일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아마추어」 무선사들은 전국적으로 무선 봉사 통신망을 조직, 적십자 활동에 참가하고 있으며 올 들어 26년째 매년 정기적인 비상 통신 훈련을 하고 있다.
일본에도 「아마추어」 무선사들은 지역적 「그룹」으로 적십자 활동에 참가하고 있고 지난 2월 남미 「니카라과」의 「마나과」시에서 대지진이 일어나 공공통신 시설이 모두 파괴되었을 때 중남미 전역에 「아마추어」 무선사들의 비상 통신망이 적극적인 구호 활동을 벌인 예도 있다.
한국 「아마추어」 무선 연맹은 지난 55년에 결성되었는데 현재 정회원 1백63명, 준회원 4백여명이 가입, 지난해 「마나슬루」 등산 사고 소식과 희귀 약품 「페니슬라민」 공수에 큰 활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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